"모욕도 욕"이라던 김히어라, '방관자'와 '가해자' 사이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 9. 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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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김히어라, 사진=스타뉴스DB

학교폭력(학폭)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 출연해 주목받은 배우 김히어라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극 중 가해자 사라 역을 맡은 그가 실제 학창시절에도 소위 '일진'이었으며 학생들을 괴롭혔다는 폭로가 나와서다. 

연예계에서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가 버틴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학폭 가해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첫 보도 당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 것 같았으나, 이내 김히어라와 소속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방관자'와 '가해자' 사이

6일 한 매체는 김히어라가 강원도 원주의 모 여자 중학교의 일진 모임인 '빅OO'의 멤버였다고 보도했고, 그가 이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김히어라 역시 빅OO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았던 건 맞다"면서도 "일진 모임은 아니다. 당시 친한 애들끼리 온라인 카페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일진만 가입하는 비밀 카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제 존재 자체로 무서웠다? 그 시절을 다시 돌이켜 봤습니다. 누구를 때린 적은 없었는데… 물론,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방관자로 살았던 것 같다"고 반성의 빛을 보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은 '더 글로리'의 혜정을 떠올렸다. 혜정은 연진, 사라 등과 가해자 무리의 일원이지만, 그 역시 그 무리 안에서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들 역시 "문동은 아니었으면 네가 당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적 가해자라기보다는 그들의 가해를 모르쇠하며 부적절한 행위에 동참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모임의 일원이었던 자체가 가해자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를 주도하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이들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전자의 경우 "해적선에 타고 있으면 그 역시 해적이다" "폭력조직에 몸담았으면서 '나는 때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무엇이 다른가"라고 성토한다. 하지만 후자는 "어릴 적 실수로 그런 모임에 몸담았지만 3학년 때부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하지 않나?" "가해자와 방관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적 피해자가 있나?

김히어라는 "(빅OO) 친구들과 모여 다닌 건 맞다. 선배 언니들에게 이유 없이 맞은 적도 많다"면서도 "내가 친구나 후배를 때리진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김히어라에게 학폭을 당했다"고 직접 주장하고 나선 이는 없다.

최초 보도 매체에 제보한 이는 '빅OO'가 교내 괴롭힘을 주도했다며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 돈으로 담배를 사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요. 남친 기념일 선물도 사고요. 안주면 또 괴롭히니까…"라면서 "'빅OO'는 공포의 대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제보자 역시 직접 김히어라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김히어라, 사진=스타뉴스 DB

이런 상황 속에서 김히어라의 중학교 동창생이라고 밝힌 A가 그를 옹호하는 글을 게시했다. A는 7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히어라 중학교때 유명했음. 소위 노는 애 무리였지만 요즘 학폭 이슈 뜨는 것처럼 애들을 괴롭히거나 한 기억은 없다. 기억나는 최대 악행은 급식실 새치기 정도"라면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그냥 본대로 썼다. 누구 하나 어떤 과장된 가십으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히어라를 향한 직접적 피해를 고백하는 이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런 주장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방관자였으나 직접 때리지는 않았다"는 김히어라의 주장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에 대해서도 "동창이라는 것을 증명부터 하라" "무작정 옹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반응부터 "왜 옹호하는 익명글은 무조건 의심하나" "이 사태를 균형있게 바라보라"는 반박이 난무하고 있다.
 
#학폭 보도, 그리고 입증의 어려움

몇해 전부터 연예계는 학폭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새롭게 주목받은 스타들이 학폭 폭로로 인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학폭 폭로와 보도의 뒷맛은 그리 개운치 않다. '명확한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대 중반 학창 시절을 보낸다고 봤을 때, 학폭 논란은 폭로 시점으로부터 통상 10여년 전 발생한 사건을 다뤄야 한다. 학폭위원회 개최 및 퇴학, 정학 등 처분이 없었다면 학폭 피해에 대한 물적 증거를 내놓긴 쉽지 않다. 그래서 학폭 주장으로 인해 피해 입은 일부 연예인들이 오히려 억울함을 토로하며 법적 대응하기도 한다. 

이는 김히어라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반복되는 행태다.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낼 방법은 딱히 없다. 결국 그의 소속사 역시 법적 대응할 뜻을 밝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학폭 입증은 어렵지만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다. 물론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학폭은 근절돼야 한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잘못된 폭로로 인해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 또한 막아야 하기 때문에 학폭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향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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