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제 선도 식·의약품 해외진출 GPS 될 것”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2023. 9. 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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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서 인허가까지 제품화 성공해야
의약품 대란, 자급도 높이도록 협업
20대이하 마약사범 34% 엄중 인식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작년 2월, 한국산 라면이 유럽(EU) 시장에서 위기를 맞았다. 2021년 8월에 EU로 수출한 홍삼, 라면 등에서 에틸렌옥사이드(EO) 반응산물로 생성될 수 있는 2-클로로에탄올이 나오면서 수입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EU의 우려를 해소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나섰다. 식약처는 곧바로 EU에 대표단을 파견, 국내 제품의 안전성을 설명했다. 결국 홍삼 등 식이보충제는 올해 2월, 라면은 올해 하반기부터 서류 제출 의무가 해제됐다.

식품과 의약품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산업보다 규제 등이 까다롭다. 국내 식·의약품 산업이 수출할 때에도 가장 어려운 게 바로 글로벌 규제다. 식약처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EU 수입 규제 해제 사례처럼 글로벌 규제 기관과 협력하고 글로벌 규제를 선도, 식약처가 해외 시장 개척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식·의약품 해외진출 분야다. 규제 기관을 넘어 수출을 지원하는 기관으로까지 식약처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식약처, 국내 식·의약품 수출의 조력자 될 것”= 오 처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규제를 선도해 식·의약품 해외진출의 ‘GPS’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PS는 글로벌 리더 위상 강화(G), 규제 기관 간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P), 국내 기업 지원(S)의 약자다. 식약처가 규제 일변도인 식·의약품 산업의 시장 진입과 해외 수출을 위해 경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식·의약품 산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GPS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외국의 규제 장벽 해소를 위해 해당국 규제 기관과 소통하는 것이 필수인데,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관장과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중국·일본 등과도 고위급 정례협의를 추진하는 등 협력 채널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제약사와 식약처, 베트남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한-베트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고위급 면담을 실시해 베트남 의약품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규제를 선도하기 위한 움직임과 더불어 구체화된 성과도 있었다. 지난 5월 발족된 싱가포르, 호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단체 7개국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에서 우리나라가 초대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각종 증명서 제출 등이 완화되는 성과도 있었다.

오 처장은 “식·의약 산업이 안전을 관리하는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루고,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수”라며 “이젠 글로벌 규제 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의 규제가 곧 세계의 규제가 돼 글로벌 규제 기준을 선도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괄목 성장, 블로버스터급 신약은 ‘아직’= 지난 1999년 국산 신약 1호가 나온 이후 올해까지 총 35개 국내 신약이 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고,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양적인 성장도 괄목할 만 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내놓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란 연 1조원 이상 팔리는 제품을 말한다. 기술 개발부터 인허가까지 제품화에 성공한 신약은 드물다는 이야기다.

오 처장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가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하면서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내놓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1986년 신약 개발을 시작한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나 CMO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면서도 “하지만 혁신기술을 제품화 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탄생시키는 데는 여전히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혁신 신약이 창출하는 고부가가치를 강조하며, 출시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오 처장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어 미래 성장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 신약 출시 가속화 및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연구·기획부터 제품화까지 맞춤형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 “전 세계적 현상, 자급도 높여야”=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이던 지난해 우리나라는 감기약 대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변비약,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 품절 등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낮은 약가를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약가 뿐만 아니라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가 팬데믹 등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에서 비롯된 전 세계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궁극적으로는 의약품 자급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약품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자국내 제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필수의약품의 원료 및 완제 자급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유통협회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에서 공급 부족의 원인이 되는 문제점들을 분석해 공유하고, 개선 방안도 마련 중”이라며 “의약품 자급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제약업계 등 유관기관과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마약 상황 엄중, 세포배양육 검증 기준 마련”= 올해 초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배우 유아인씨의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적발됐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식약처도 최근 조직 내 마약안전기획관을 정식으로 설치하며 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특히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의 심각을 인지하고, 맞춤형 예방교육, 중독자 재활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최근 닭고기 배양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음에 따라 다가 올 세포배양식품 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5월 세포배양기술에 대한 법적근거인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마련에 이어 안전성 평가 등에 대해서도 식약처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 처장은 “지난해 기준 20대 이하 마약사범이 전체 사범의 3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청년층 마약 사용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해 웹툰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맞춤형 예방교육 교재 개발, 마약류중독자재활센터 전국 확대 등을 계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마약류 투약사범이 치료와 재활을 연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도 지난 6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세포배양식품 등 신기술이 적용된 식품에 대해서는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한 원료가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지난 5월 마련된 상태고, 안전성 평가 등을 위한 세부 인정기준도 하반기에 행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수·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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