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에 사활 거는 부산시, 유치 성공하면 '대박'될까?
고질적 일자리 문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거는 기대
엑스포 일자리 창출 핵심은 ‘지역 산업 발전’
지속성·발전 가능성 있는 일자리 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
끈덕진 별명이다. 어느새 ‘노인과 바다’는 고전 소설의 제목이 아닌 부산시를 가리키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1일 통계청이 공개한 ‘2분기 지역 경제 동향’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부산시에서 다른 시도로 유출된 3,842명 중 1,181명이 25~29세에 해당하는 젊은 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이 부산을 등지는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같은 부산시의 청년 유출은 일자리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통계청의 동일 조사에서 발표된 부산시의 올해 2분기 고용률은 57.9%로 타 광역시인 대구 61.0% △인천 63.5% △광주 60.2% △대전 61.9% △울산 60.9%의 근사치인 60% 선에도 근접하지 못한 수준이다. 이는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별 수치를 모두 포함해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부산시가 고용률 꼴찌 자리를 차지한 것은 비단 이번 분기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3분기 57.8% △2022년 4분기 57.7% △2023년 1분기 57.7%로 비슷한 수치를 웃돌며 벌써 4분기째 연속해 최하위권을 유지 중이다. 그에 반해 올 2분기 실업률은 3.4%로, 실업률 전국 1위인 세종시(3.5%)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고질적 일자리 문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거는 기대 커
청년 유출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엑스포가 개최될 시 시의 경제 전반과 지역 산업이 발전해 일자리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25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개막식 환영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 부산 월드 엑스포로 부산을 혁신 역량을 갖춘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내비쳤다. 환영사 이후 박 시장은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회장, 박원국 국토교통부 차관,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 등 포럼 참석 주요 인사들과 함께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공동선언식’을 가지기도 했다.
세계박람회를 통한 시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부산연구원이 5월 발행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와 사회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민들이 꼽은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통한 발전 기대 분야 (1순위)’ 상위권 5개 항목이 △경제 분야 34.5% △문화 분야 19.3% △일자리 분야 15.8% △산업 분야 6.0% △도시공간 분야 4.9%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일자리 분야에 대한 개선 기대는 답변으로 택할 수 있는 총 15개의 항목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다만, 이러한 발전들이 시민 개개인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같은 조사에서 ‘2030 세계박람회 유치로 예상되는 기대효과 예상 범위’를 묻는 질문에 △‘나의 사회/경제/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에 동의하는 인원은 전체의 40.9%에 불과했다. △‘부산시의 사회/경제/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우리나라의 사회/경제/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항목이 각각 73.4%와 71.3%의 동의율을 기록한 데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부산시 소재 동아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 취업 준비 시장에 발을 들인 상황이지만, 2030 엑스포 개최가 나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취업 길을 열어줄 거란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포 개최의 영향이 현실적으로 부산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사실상 부산의 엑스포 유치 준비가 조금 늦게 시작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정부와 부산시 모두 오는 11월 말에 있을 최종 개최지 발표에 맞춰 유치전에 몰두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질 개선에 엑스포가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밝혔다.
도 사무처장은 “유치 운동과 대외적인 외교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것 외에도 엑스포가 가지는 의미와 지역 산업 및 일자리 문제에 불러올 변화를 시민들과 같이 공유하고 인식할 수 있는 활동들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박람회가 불러올 변화가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엑스포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 전체의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엑스포 일자리 창출 핵심은 ‘지역 산업 발전’
그렇다면 엑스포는 실제로 어떻게 부산의 일자리를 늘려나갈 수 있을까. 지난달 16일 한국 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부산시 산업 재구축 전략을 통한 발전 방안 연구’를 발표했던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 교수는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다면 현재 지역 주력 산업인 물류, 국제금융, 콘텐츠 산업과 미래 산업인 첨단 제조업, ICT, MICE 산업, 총 6개의 분야가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했다.
정 교수는 “세계박람회는 기존의 부산에 있던 금융공기업들에 더 많은 외국 투자자를 연결해 줄 것이고, 가덕신공항을 기반으로 한 첨단 물류시스템 발전의 바탕이 될 것이다. 또 영화의 도시라는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부산의 콘텐츠 산업 역시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에 이름을 떨칠 기회기도 하다”며 “이후 첨단 제조나 ICT, MICE 산업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좀 더 활발해진다면 크게 발전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이런 산업들의 활성화가 결국 부산에 기존 일자리의 확대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더욱 많이 탄생시키게 되리라 본다”며 “엑스포를 통해 앞서 말한 6대 산업이 성장함으로써 부산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한영 사무처장 역시 “부산세계박람회의 개최로 시 내에서 추진될 기후 위기 대비를 위한 탄소 중립 사업, 수소 산업과 교통 문제해결 사업들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으리라 예측한다”며 “또한 문화 관광, MICE 산업에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일정 부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에 개최 시 61조 원의 경제효과와 5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지속성·발전 가능성 있는 일자리 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엑스포 유치로 발전될 산업과 뒤따라 창출될 일자리가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더 대대적이고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연승 교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유치된다면, 이후에 그 효과를 지속해서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우리가 엑스포를 어떻게 준비하고, 그로 인해 응축될 이점을 어떻게 각 산업으로 이어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달렸다”며 “산업들의 역량과 미래 발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 둬야 후에 찾아올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
도 사무처장 역시 “만약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정부나 부산시 지자체만의 힘으로 추진된다면 사실상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하지만 부산 월드 엑스포가 준비 단계에서부터 지역 상공인들을 비롯해 부산시 시민 사회 전반이 함께 끌어나가고, 개최 이후에도 박람회를 통해 만들어질 다양한 이익들을 모두가 공동으로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일시적인 성과의 계기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장유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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