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없고 조용한 혁신적 전기굴착기...친환경 도약하는 건설기계
8월 출시 1.7t급 디벨론 전기굴착기 체험
친환경 제품 비중 2040년 95%까지 확대
“매캐한 매연 냄새가 안 난다는 게 가장 좋아요. 엔진이 없으니 당연히 조용하고요. 유압펌프 소리가 나긴 하지만 디젤 굴착기랑 비교하면 천지 차이죠.”
1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팔곡이동 HD현대인프라코어 안산기술교육센터에서 마주한 1.7t급 디벨론 전기굴착기(DX20ZE)의 외관은 디젤을 연료로 하는 일반 굴착기와 다를 바 없었다. ‘일렉트릭(Electric)’이라는 형광 녹색 문구만이 전동화 기기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교육을 맡은 정하정 부장의 안내에 따라 굴착기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켜니 ‘삑, 삑’ 하는 신호음이 울렸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시동이 걸린 것이냐’ 물었더니 정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기굴착기 다운 고요함이었다. 다이얼을 돌려 모터 속도를 높이자 그때야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윙’ 하는 소리는 낯설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간단한 주행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굴착작업에 도전했다. 굴착기 운전법은 간단하다. 좌우 조종 레버를 조작해 버킷(삽)과 암, 붐을 움직이면 된다. 굴착기의 팔인 작업장치를 사람의 팔이라고 하면 어깨부터 팔꿈치까지가 붐, 팔꿈치부터 손목까지가 암, 그 아래가 버킷이다.
조종 레버로는 붐의 올림과 내림, 암의 멀어짐과 가까워짐, 버킷의 오므림과 펼침에 운전실을 포함한 상부장치의 좌우 회전까지 8가지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 작업에 필요한 건 붐을 내리면서 버킷을 펼치거나 암을 가까이 당기면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식의 복합 동작이다 보니 쉽지만은 않다.
버킷으로 흙을 파내 들어올렸다 내려놓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제법 땅을 파는 작업이 손에 붙었다. 그러나 몇 번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어 빠르게 움직이려다 보니 동작이 엉켰다. 조종 레버를 조금씩 움직이며 감을 찾는 와중에 버킷에 쌓인 흙이 전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참을 작업하다 보니 유압펌프 소리가 꽤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비슷한 제원의 디젤 굴착기를 몰아보니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디젤 굴착기는 커다란 엔진 굉음이 귀를 찔렀다. 작업할 때도 차체의 흔들림이 운전석으로 전달돼 조종이 쉽지 않았다. 매캐한 냄새까지 진동하다 보니 기침도 났다.
일반 굴착기와 직접 비교해 보니 매연이 없고 소음이 적은 전기굴착기의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다.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 대의적 가치를 잠시 접어두더라도 사람이 많은 도심이나 밀폐된 실내에선 전기굴착기의 효용성이 높아 보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6월 1.7t급 디벨론 전기굴착기 양산을 정식으로 시작해 8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2020년 3월 북미 최대 건설기계박람회 콘엑스포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지 3년여만의 상용화다.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에서 미니 전기굴착기를 양산한 것은 영국 JCB, 독일 바커 노이슨, 스웨덴 볼보, 두산밥캣에 이어 HD현대인프라코어가 다섯 번째다.
이날 안산기술교육센터에서 만난 전기굴착기 개발 담당자들은 기존 운전자의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아무리 전기굴착기라 한들 운전자가 편안하고 안전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면 굴착기로서 의미가 없다고 봤다. 운전자의 편의를 최우선 고려 요소로 본 것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시제품 검증 이후로도 3~4개월간 고객 테스트를 다각적으로 진행하며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했다.
그 결과, 기존 굴착기의 익숙한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되 디지털 계기판, 전방 발 받침대 등을 추가해 편안한 작업공간을 구현했다. 미니 제품의 경우 협소한 공간에 들어가 장치를 펼쳐 작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변식 트랙을 사용해 동급 최소·최대 전폭을 확보했다.
전기굴착기의 핵심 장치인 배터리팩(20㎾h)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직접 개발·생산하고 있다. 미니 굴착기에 적합한 용량은 물론 에너지밀도, 출력 등을 모두 최적화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장비 출력 면에서 보면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일지 몰라도 이 장비로 기사들은 일을 해야 한다. 장비를 콤팩트하게 만든 이유가 있지 않겠냐”면서 “미니 굴착기의 활용도를 감안해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어 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가장 큰 약점은 단연 사용 시간이다. 현재 전기굴착기는 완속 충전을 기준으로 6시간 충전해야 4시간 사용할 수 있다. 급속 충전기를 쓰더라도 90분 이상 충전해야 한다. 주로 도심이나 실내에서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히 짧은 작업시간이다.
가격도 상당하다. 국내의 경우 일부 보조금이 제공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확보나 제도 지속 여부 등이 불투명하고 지원을 받더라도 일반 제품 대비 10%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HD현대인프라코어의 1호 미니 전기굴착기는 유럽시장에서부터 판매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5~6대 주문이 들어왔고 추가 문의도 뒤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판매 실적이 없지만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잠재고객의 상담이 줄 잇고 있다고 전해진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국내외 판촉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19년 전기굴착기 개발에 착수한 뒤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 굴착기 개발·양산을 통해 친환경 정책에 대비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2026년까지 2.7t급, 3.5t급 등 미니 전기굴착기 제품군을 확대하고 14t 휠 굴착기 등 중형 제품까지 전동화를 추진하겠다는 로드맵도 세웠다.
시장조사기관 TBRC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 건설기계 시장은 올해 91억달러(12조원)에서 2027년 199억달러(26조2000억원)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주요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2040년까지 친환경 제품 판매 비중을 9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영철 HD현대인프라코어 사장은 올해 초 디벨론 출시를 알리며 “전동화, 친환경화, 무인화 흐름 속에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 건설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산=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우연, 김히어라·이아진 성희롱 논란에…"불쾌감 안 느꼈다"
- 무려 400만원대! 사고 싶어도 못 사…삼성 ‘역대급’ 명품폰 등장
- 김윤아 “나라서 앙코르 못하게 해”…전여옥 “개딸 못지않네”
- “폭우에 진짜 이 정도까지?” 합성처럼 믿기 힘든 이 사진들 [지구, 뭐래?]
- [영상] 두 차선 막고 불법 주차한 벤츠女…‘빵’하자 손가락 욕 [여車저車]
- “하루 5시간 일하고 월 300만원 번다” 직장인 '꿈의 부업' 뭐길래?
- 김건희 여사 ‘흰색 원피스’ 어디서 봤나했더니…“스페인 그 옷”
- 조민, 유튜브 채널 해킹 당했다…"너무 무서워"
- “모텔 대실 우습게 봤더니” 급여만 4억원…낯익은 ‘얼굴’ 누군가 했더니
- 면허취소 됐는데 차 몰고 경찰서行…이근, 이번엔 무면허 운전 ‘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