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주식 보유 비중 14년 만에 최저…지난달 1.2조 순매도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주식을 1조2000억원어치 순매도(산 것보다 판 것이 많음)하며 한 달 만에 매도세로 전환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팔자’ 분위기에다, 보유 종목의 평가가치까지 낮아지며 국내 상장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4년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8월 외국인은 상장주식 1조1790억원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9230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256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9000억원), 싱가포르(5000억원) 등은 순매수했으나 영국(-1조3000억원)과 스위스(-4000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지난달 중국 부동산 시장발(發) 경제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미국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지는 등 대형 이벤트로 아시아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 잔액은 679조1000억원(시가총액의 26.1%)으로 줄었다. 이는 2009년 4월(2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코스피 비중이 높은 외국인들의 투자가 위축된데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테마주 투자 광풍이 겹치며 올해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지르는 이례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7097억원으로 코스피(10조1058억원)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거래금액이 코스피를 제치게 된다.
테마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코스닥 시장으로의 수급 쏠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이차전지 테마(에코프로 3형제)를 비롯해 과학 테마주(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로봇·AI(인공지능) 관련 기업 등이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증시가 우상향할 때 고수익을 맛본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주가 변동성이 적은 코스피 대형 종목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다보니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에 현혹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 테마주 투자자들은 널뛰기 장세에서 ‘단타 매매’를 하기 때문에 회전율(주식 손바뀜)도 높다. 올 1~8월 코스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2.68%로 코스피(0.5%)의 5배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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