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국회 산자위만 쳐다보고 있는 이유 [언박싱]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국회가 최근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면서 유통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영업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후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유통 생태계가 변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까지 금지하는 것은 법 취지에 안 맞고 공정한 경쟁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된 상태다. 2020년 7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2021년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두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의무휴업 규제 제외’ 대상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고 온라인쇼핑 영업을 하는 대형마트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마디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판매에는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들은 2021년 9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같은 해 11월부터 논의가 멈췄다. 그러다 약 2년 만인 지난달 21일 해당 소위에서 논의가 재개됐다.
이날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 3사에만 특혜가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정부에서 법 개정 근거로 삼은 ‘대·중소유통 상생협약’에 대해서도 효과성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개정안이)허용되면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 일정 부분을 중소상인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이 상생합의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효과성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되고 거기에 따라서 매출이 발생해야 구체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과 별개로 공동 마케팅이나 물류 현대화 등은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장 차관은 법안 통과에 따른 국민의 편익에 대해 “수도권은 이미 쿠팡, 컬리 등 여러 가지 (온라인 배송) 혜택을 보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지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비수도권에 있는 소비자가 제한적으로나마 온라인 유통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는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무휴업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의 혜택이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와 대형 식자재마트에게 돌아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었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도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월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76.9%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 58.3%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로 혜택을 얻는 곳으로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그 밖에 ▷식자재마트·중규모 슈퍼마켓(30.6%) ▷편의점(4.6%) ▷수혜업종 없음(6.5%)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제도 도입 후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점유율은 감소세다. 자유기업원의 ‘대형마트 규제 10년의 그림자와 향후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각각 21.7%에서 12.8%, 13.9%에서 9.5%로 각각 8.9%포인트, 4.4%포인트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들은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거기서 배송을 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는 있지만, 휴일과 야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주면 마트 물류창고에 있는 재고들도 배송 가능해지면서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정도의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형마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프라인 의무휴업 폐지지만 여소야대 국면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정치논리에 휘말리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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