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백가쟁명' 시대 열렸다…"100개 넘는 모델이 전쟁"
中 사이버판공실이 승인 내주며 물꼬 트여
IT공룡 텐센트, 스타트업 센스타임 등 참전
블룸버그 "6개 챗봇 중 지푸AI 가장 뛰어나"
'공산당 사상검열'은 성장 한계로 지목돼
중국에서 인공지능(AI)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가 열렸다. 기존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강호인 바이두, 텐센트뿐만 아니라 센스타임, 바이트댄스, 지푸 등 후발주자들도 경쟁에 뛰어들어 절대 강자의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공산당의 사상 검열로 인해 중국산 AI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개 AI 모델 전쟁 시작됐다"
지난 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텐센트의 '2023년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대회'. 텐센트는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인 훈위안(混元)과 훈위안 어시스턴트 챗봇을 공개했다. 텐센트는 1000억개 이상의 매개변수, 2조개가 넘는 토큰(AI 학습에 쓰이는 최소 텍스트)을 자랑했다. 중국어에 있어서는 오픈AI의 챗GPT를 뛰어넘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장제 텐센트 부사장은 앞서 자체 AI 모델을 공개한 12개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중국에는 130개가 넘는 LLM이 있다"며 "100개의 모델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중국 IT 업계의 AI 전쟁은 지난달 31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날 11개 업체가 일제히 생성형 AI 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인터넷 감독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집행 방법' 관련 승인을 내주면서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바이두는 이날 '어니봇'을 출시했다. 어니봇은 출시 하루 만에 다운로드 240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바이두는 지난 6일 현재 어니봇의 LLM인 '어니 3.5'보다 개선된 '어니 4'의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는 '판구'를 내놓았다. '중국 AI 네마리 용'으로 불리는 센스타임은 '센스챗'을, 중국 배달업체 메이퇀이 지원하는 지푸는 '지푸AI'를 공개했다.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스타트업 미니맥스 등도 자사 AI를 들고 경쟁에 나섰다.
공룡 텐센트도 스타트업 지푸도 '원점 경쟁'
'AI 전쟁'은 IT기업들에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었다. 지푸, 센스타임 등 신생 스타트업도 앞서나갈 수 있고, 텐센트 등 IT 공룡들도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AI를 바이두가 이전의 영광을 찾을 기회라고 평가했다. 바이두는 중국 검색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검색 엔진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웹 서핑에 메신저 '위챗'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과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바이두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어니봇 출시는 이 흐름을 돌려놨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바이두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날 주가는 4%가량 뛰었다.
큰 기업이 꼭 좋은 챗봇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은 6개 기업의 생성형 AI를 이용해본 후기를 전하며 지푸AI를 가장 훌륭한 AI로 꼽았다. 바이두의 어니봇, 바이트댄스의 두바오, 센스타임의 센스챗은 훌륭한 AI로, 바이촨 인텔리전트와 미니맥스 AI는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베토벤이 새 음악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 등 간단한 질문을 던졌을 때 AI의 응답을 확인했다.
공산당 대변하는 챗봇 … "검열 비용 더 커질 것"
중국 공산당의 검열 정책은 중국 AI 기업들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블룸버그가 6개 챗봇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비판,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침해 등 민감한 질문을 던지자 이들은 대답을 피하거나 공산당 입장을 대변했다.
어니봇은 "다른 얘기를 하자"라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 '대만은 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중국이 군사적으로 점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푸AI는 타이핑하다가 멈추거나, 논란이 될 만한 답변은 곧바로 삭제했다. 미니맥스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질문은 아예 못 하게 막았다.
리서치회사인 모닝스타의 카이 왕 수석분석가는 "중국 AI기업의 검열과 규정 준수에 따른 비용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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