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괴리된 노골적 애국주의 법안에 반발 커지는 중국

이귀전 2023. 9.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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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8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상무위원회는 지난주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 발언, 상징 등을 행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초안을 발표하고 주민 의견을 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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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 ‘중화민족의 정신’ 훼손 의상, 발언 등 처벌하는 개정안 발표
의상 등에 대해 기준도 명확지 않아…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
네티즌 “오늘은 의상을, 내일은 말을 다음날에는 생각을 막을 것” 비판

중국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8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상무위원회는 지난주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 발언, 상징 등을 행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초안을 발표하고 주민 의견을 구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표식을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 등이 위법 행위로 명시됐다.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와 함께 5000위안(약 91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개정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중화민족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이나 ‘중화민족 감정을 해치는 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법 집행과 사법 업무에서 뚜렷한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관련 기관 수장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체포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상황이 벌어져 선의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에 대해 법학자뿐만 아니라 네티즌들도 해당 조항의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을 개진했다. 전인대 홈페이지에는 약 4만 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상하이 화동정법대 퉁즈웨이(童之偉) 교수는 웨이보에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정신과 감정을 정하나”라고 비판했다.

중국정법대 자오훙(趙宏) 교수도 “대체로 경찰관인, 법률 집행관들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 중화민족의 감정을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남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한다면 어떡하나?”라며 앞서 중국에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비판을 받거나 심지어 구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을 지적했다. 

네티즌은 웨이보에 “그들이 오늘은 당신의 의상을 막을 수 있고, 내일은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음날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웨이보 이용자는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해도 문제가 되나? 마르크스주의도 서방에서 기원했는데 현재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도 중화민족의 감정을 해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BBC방송은 “해당 법이 실행되면 유죄가 선고된 이는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그 개정안은 아직까지 어떤 것이 위법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며 “대중은 즉각 반응했고 많은 네티즌이 해당 개정안이 과도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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