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윤종규가 남기는 KB금융의 '리딩 유산'

윤도진 2023. 9.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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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디지털·글로벌·ESG·주주가치 등
'리딩 금융그룹 자긍심 회복' 성과

KB금융그룹을 이끌어 온 윤종규 회장의 경영성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8일 열리는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차기 회장 후보가 선출되면 윤 회장은 오는 11월20일로 9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윤 회장은 전산시스템 교체가 발단이 된 'KB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14년 취임했다. 관료 출신 회장과 정치권 줄이 닿은 행장 사이 알력으로 조직이 혼란스러웠던 때다. 그는 후보 때 최종 회추위 면접에서 "KB 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며 실천 전략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KB금융그룹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① 완결형 금융그룹

윤 회장은 임기 내내 비은행 인수합병(M&A)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쳤다. 2015년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했고 2016년에는 옛 현대증권(KB증권)을 사들였다. 이어 2020년에는 옛 푸르덴셜생명(KB라이프생명) 인수도 성공했다. 

모두 각 업계에서 비중있는 사업 규모를 가진 업체들이었다. 은행에 쏠렸던 그룹 수익구조를 증권·보험 등으로 넓히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 성과는 리딩금융그룹 타이틀 탈환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2017년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국내 금융지주 1위 지위를 회복했고, 2020년대 들어선 수위를 지키고 있다.

작년 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2년 연속 4조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견조한 비은행 부문의 개선이 지속된 가운데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균형 있는 성장이 있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2조9967억원의 순이익을 내 올해 5조원대 순이익 시대 개막도 예고하고 있다. ▷관련기사: 충당금 1.3조 쌓고도 최대 실적 쓴 KB금융(7월25일)

② 치고 나간 디지털

KB금융그룹이 '넘버원(No. 1) 금융 플랫폼'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KB의 대표 앱인 은행 '스타뱅킹'을 키운 것도 윤 회장이 이끈 성과다. 금융을 이용하는 이들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맞춤형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KB는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디지털 플랫폼의 3T(Traffic, Time-Sharing, Transaction)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가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콜봇·챗봇, 대면채널 등과 연계된 심리스(Seamless)한 금융서비스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건강관리·부동산·자동차·통신 등의 비금융서비스도 아우르는 원스톱 융복합 디지털 플랫폼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나 전산망의 클라우드 전환 등도 금융권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관련기사: 디지털도 앞선 KB, '혁신 소화력' 남다른 이유(5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KB금융그룹 사옥/사진=KB금융지주 제공

③ 거침없이 글로벌

윤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깨는 데도 공을 들였다. 지속적인 성장과 가치창출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윤 회장 임기 중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를 완료했고, 인도네시아 중형 은행인 부코핀 은행 지분도 인수했다.

아울러 비은행 계열사들의 동남아시아 현지법인 설립과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사업 기반도 대폭 확대했다. 이를 통해 2017년 말 39개에 그쳤던 해외 네트워크 수는 작년말 총 14개국 697개까지 늘었다. 해외 총자산의 경우 2018년 말 76억달러에서 작년 말 339억달러로 4.5배 가량 성장했다. 

④ 빠르고 깊은 ESG

윤 회장은 '지속가능한 미래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금융업 본업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신념을 경영에 녹이기도 했다. 상생 노력과 사회기여활동 노력을 균형감 있게 추진했다는 평가다. 2022년말 기준 사회적금융 잔액은 약 12조원이며 2022년 한해 동안 벌인 사회공헌사업은 2230억원 규모다. 

특히 KB금융그룹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위해 금융사 중 최초로 지난 2020년 3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2021년 2월에는 KB국민은행이 적도원칙 가입, 그해 6월에는 국내 금융사 최초의 '자산 포르폴리오 배출량' 공개와 함께 중장기 탄소중립 추진전략인 'KB 넷 제로 스타(Net Zero S.T.A.R.)'를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⑤ 높아진 주주가치

KB금융은 작년부터 주주가치 및 주주환원 가시성 제고를 위해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고 있다. 이 역시 윤 회장 의지에 따른 것이다.  작년 2월과 8월에 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올해도 두 차례 각각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했다. 

2022년도 총주주환원율은 현금배당 26%와 자사주 매입·소각 약 3000억원을 포함 33%였다. 이는 전년 대비 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윤 회장도 2만100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금액 11억원이 넘는 규모로 주요 금융지주 회장중 가장 많다. 3연임한 윤 회장은 지난달 초 추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며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는 뜻을 회추위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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