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히어로즈? SSG? 최고의 신인을 뽑았던 구단은 과연 어디?
드래프트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좌완 최고 유망주 황준서(장충고)와 우완 최고 유망주 김택연(인천고), 투타겸업의 전미르(경북고)까지. 오는 14일 2024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야구팬들의 눈은 응원하는 팀이 어떤 유망주를 뽑을 수 있을 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드래프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SK 왕조의 중심에는 김광현(2007년 1차 지명)과 최정(2005년 1차 지명), 박정권(2000년 2차 9R 65번)이 있었고, 삼성 왕조는 오승환(2005년 2차 1R 5번)과 권혁(2002년 1차 지명), 권오준(1999년 2차 1R 6번) 등이 이끌었습니다. 끊임없이 대형 FA를 빼앗기면서도 '화수분 야구'를 통해 7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사례만 보더라도, 드래프트의 중요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드래프트, 과연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어떤 선수가 얼마나 드래프트에 뽑혔고, 어떤 팀이 드래프트로 얼마나 이득을 봤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이를 설명해 줄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KT가 신생팀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2014년 이후 10개 구단에 뽑힌 1,112명의 데이터를 모두 정리해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이뤄진 드래프트를 샅샅이 분석해 봤습니다.
드래프트에서 가장 성공한 구단은?
하지만 정답은 따로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한 구단은 역시 넥센-키움 히어로즈였습니다. 2014년 2차 3라운드에서 김하성(WAR 31.2)을 뽑은 히어로즈는 2017년 1차 지명에서 이정후(WAR 37.6), 2차 1라운드에서 김혜성(WAR 19.9)을 뽑았고, 2018년 1차 지명에서는 안우진(WAR 15.2)을 손에 넣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팜인 서울지역의 연고권이 주는 이득을 감안하더라도 서울 연고 경쟁구단인 LG와 두산에 비해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겁니다.
올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현재 2위까지 뛰어오른 KT의 저력과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 역시 성공적인 드래프트로 팜을 잘 꾸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반면 계약금 총액에서 3위와 4위를 차지한 롯데와 삼성은 드래프티 WAR 총합에서는 9위와 10위를 차지하며 상당히 부진했습니다. 특히 롯데의 경우 10년 간 최고 성적을 거둔 드래프티 배제성이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뼈아플 것 같습니다.
역대 최고의 풍작/흉작 드래프트는?
하지만 눈에 띄는 해는 있습니다. 이정후, 김혜성 등의 자원으로 대표되는 2017년 드래프티들은 2014년에 비해 세 시즌을 덜 뛰고서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WAR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당시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탓인지, 구단들이 신인 선수 계약에 쓴 돈도 가장 적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가장 적은 돈을 쓰고도 가장 높은 성과를 낸 드래프트가 2017년 드래프트인 셈입니다.
반면 2016년 드래프트는 최근 10년 가운데 최악의 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드래프티들이 데뷔 8년 차를 맞이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AR 합계는 2017년 드래프티들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 상위 지명자들이 이후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3라운드에서 뽑힌 대졸 외야수 홍창기가 없었다라면 2016년 드래프티의 그 초라한 성과마저도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겁니다. 실제 2016년 드래프티 누적 WAR TOP 5 중에서 1차 지명자는 두산에서 뽑은 이영하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최고 인기는 고졸 투수
그런데 이런 구단들의 투자가 성공적이었을까요?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가장 많이 드래프트로 뽑은 포지션인 고졸 투수 1명이 기록한 평균 WAR은 0.47로 대졸 투수(0.61)에도 미치지 못했고, 고졸 내야수(1.04)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가장 효율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고졸 외야수(0.04)와 뽑으면 뽑을수록 손해인 대졸 포수(-0.04)보단 나았지만 말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고졸 좌완 투수들의 부진이었습니다. 고졸 우완 투수(잠수함 투수 포함)가 340명 뽑힐 동안 고졸 좌완 투수는 125명이나 뽑혔습니다. 일반적인 왼손잡이 비율이 5% 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치입니다. 실제로 선수의 기대치를 반영하는 계약금에 있어서도 고졸 우완 투수와 고졸 좌완 투수 사이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록한 WAR에서는 1.5배 차이가 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고졸 우완 투수 중에선 15명이 WAR 5 이상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5명이 10 이상의 WAR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고졸 좌완 투수 중 WAR 10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구창모 한 명, WAR 5 이상도 두 명뿐이었습니다.
물론 한국야구가 최근 골짜기 세대를 지나왔고 그 과정에서 희귀도가 높은 좌완 투수 수집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 기사
[ https://premium.sbs.co.kr/article/pq0rmH8aT4 ]
하지만, 고졸 좌완 투수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선 최근 드래프트된 이의리(KIA), 김윤식(LG), 윤영철(KIA) 등이 더욱 분발해주어야 하는 동시에, 각 구단들이 '고졸 좌완 투수'에 주는 '가산점'을 다소 줄여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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