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김종환이 오랜 세월 사랑 받는 이유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 등 불세출의 명곡으로 사랑받은 가수 김종환. 그가 쓴 곡들은 여전히 후배들의 입으로 불리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전심을 다해 쓴 가사가 준 울림 덕이다.
실제 김종환의 인생은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내내 음악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도 계속 음악 만들고, 발표했다. 히트되는 곡도 있었다. 여행 이런 건 꿈도 못 꾼다. 저는 여행 가서 영감 얻는 경우는 없다. 마음속으로 여행 다니면서 익히고 배우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 영감은 생활하는 데에서 얻는다고. 그는 "'존재의 이유' 같은 경우는 나의 이야기였고, '사랑을 위하여'도 양평 두물머리 강가에서 만든 노래였다. 가사 내용이 다 나의 이야기였다. '백년의 약속' 같은 경우는 결혼식 축가로 내가 부르기 위해서 만들어서 와이프한테 선물했다. (노사연의) '바램' 같은 경우는 예전에 만든 걸 수정해서 노사연 씨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줘야겠다 했다. 정동원이 부른 '여백'이라는 노래도 예전에 만들어놨는데 그 노래를 그쪽에 맞게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서 제 곡을 부르고 싶다고 연락이 많이 온다. '출연진들이 서로 부르려고 한다'고 하더라. '왜요?' 했더니 부르면 대박이 난다는 거다. 임영웅이 '바램'을 부르면서 히트가 되지 않았나. 지금도 임영웅은 그걸 인생곡이라고 한다. 임영웅 콘서트 가면 팬들이 '바램'을 불러달라고 요구를 한다고 한다. 김태연이 '아모르'를, 황영웅이 '백년의 약속'을 불러서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토록 김종환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환은 '공감'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이 항상 외롭구나 생각한다. 겉으로는 웃고 행복할지 모르지만 모든 국민들이 마음속으로는 근심걱정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김종환이 만드는 노래에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경제가 발전하면 근심걱정이 사라져야 하는데, 나라는 발전하는데 근심걱정이 같이 많아진다. 그걸 내가 느끼니까 노래 하나하나 만드는 데 있어서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그게 내가 사랑받고, 사랑받아왔고, 음악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한 곡이 탄생하기까지, 김종환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그는 "음악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다행인 건 그동안 드렸던 곡들이 다 히트가 됐다. 히트가 안됐으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곡 받으러 오면 바로 '네' 하지를 못하는 이유가 내가 저 분한테 곡을 드렸을 때는 저 사람한테는 인생곡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대충하는 건 말이 안된다. 가끔 '쓰다남은 곡 있으면 달라'고 한다. 왜 자신을 그렇게 하찮게 보는지 모르겠다. 나는 진짜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을 줘야 그 사람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난 또 만들면 되고. 각자가 부를 노래들이 다 다르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냥 날짜 맞춰서 대충 곡을 주면 그 사람이 곡을 부르면서 느낌이 올 거 아니냐. 정성이 들어갔는지 아닌지 안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잘 돼야 하니까 엄청 신경 쓴다. 그 사람 나이, 얼굴, 옷, 말투, 모든 것들을 다 파악해야 한다. 단어 선택도 그 사람한테 맞춰서 만든다. 그래야 그 사람이 불렀을 때 잘 맞는다. 가사만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멜로디만 맞아도 안 된다. 다 맞아야 된다. 그래야 음악을 듣는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금방 흡수가 되고 이해가 된다. 가수마다 자기가 부르는 색이 정확하다. 맞춤처럼 해줘야 하니까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김종환은 자신의 곡을 선택해주는 후배들의 마음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내 노래를 불러주는 후배들이 그 노래로 인해서 잘된 것을 볼 때 감사하다. 내 노래를 선택해서 부른다는 건 (곡을 쓴) 나와 같은 마음이라 그 노래를 선택한 거 아니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종환의 집에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작업실이 마련돼 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직접 다 주관한다. 싱어송라이터 중 혼자서 음반을 작사, 작곡, 편곡해서 수백만 장을 판매한 가수는 김종환 하나밖에 없다. 플러스 김종환이 모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엔지니어가 돼서 믹싱을 하고 마스터링까지 한다. 그는 "'왜 힘들게 혼자 하냐'고들 묻는다. 한 사람이 자기의 생각으로 곡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최근 신곡 '염색'을 발표한 김종환은 내년 미국, 한국 등에서 투어를 돌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밀렸던 콘서트를 내년에 진행하는 것.
김종환은 "미국 뉴욕 카네기 홀의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콘서트를 한다. 아이작 홀이 제일 큰 홀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다 거기서 연주했고, 비틀즈부터 모든 톱들이 거기서 공연을 했다. 콘서트 하고 미국 전체에서 콘서트를 돌 거다. 한국에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다. 원래 올해 12월 1일에 잡혔는데 준비를 조금 더 하려고 내년으로 미뤘다. 음반은 계속 작업 중"이라고 했다.
1985년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약 40년을 달려온 김종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마음은 유지하고 있으니까 김종환이 가수 생활을 그만두는 그 날이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시작했을 때의 모습을 변하지 않고 갈 것"이라고 운을 뗀 그는 "유튜브 댓글들 읽어보면 느낌이 오지 않나. '나는 계속 이렇게 가는 걸 원하는구나' 싶다. 예를 들어서 아티스트들이 자기의 방향을 바꿔서 완전히 180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자기 색깔에서 장르를 바꿀 순 있다. 예를 들어서 발라드 했다가 살짝 빠른 노래로 하고 그렇게는 바꿀 수 있다. 자기 색깔을 잘 지키면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팬들은 그걸 원한다. 다양성 있게 하되 색깔이 변하지 않는 것. 그건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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