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도르 후보 2명+유럽파 11명'...클린스만, 역대급 선수로 방향성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신인섭 기자 2023. 9.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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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멤버는 화려한데, 경기력은 그렇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화살은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경기 1차전에서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규성, 손흥민이 투톱에 배치됐고, 이재성, 박용우, 황인범, 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4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호흡을 맞췄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웨일스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네이선 브로드해드, 해리 윌슨, 브래넌 존슨가 공격 라인에 배치됐고, 니코 윌리엄스,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 코너 로버츠가 중원에서 짝을 이뤘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이 수비로 나섰고, 골문은 대니 워드 골키퍼가 지켰다.

대표팀 선발에서부터 이번 9월 A매치에 큰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우선 이미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시작으로 최근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홍현석, 덴마크리그로 이적해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규성 그리고 황희찬, 황의조, 오현규, 양현준까지 역대급 공격 라인을 꾸렸기 때문이다. 

수비 라인에도 아시아 최고 수비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김민재다. 올여름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지난 7일 공개된 2023 발롱도르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최초다. 아시아 국적 수비수가 발롱도르 후보 30인에 오른 것은 최초다. 또한 올해 발롱도르 후보 30인 가운데 센터백은 단 3명이다. 요수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와 함께 김민재만 포함됐다. 

슈퍼스타가 포지션 곳곳에 포함된 명단이다보니 기대감은 더욱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경기력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물론 경기장 내에서 손흥민과 김민재는 단연 돋보였다. 공격에선 손흥민이, 수비에선 김민재가 빛났다. 하지만 좋은 재료도 요리사를 잘못 만나면 맛없는 음식이 될 수 있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어떤 축구를 구사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최근 현대 축구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후방 빌드업은 전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한국은 김민재가 공을 잡으면 중원의 황인범에게, 황인범은 측면에 전개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원이 삭제됐다. 공이 측면으로 가면 날카로운 돌파, 측면을 허무는 플레이 등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좌우 측면에서 홍현석과 이재성을 배치했다. 선수 분석을 제대로 하고 나온 것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들이다. 중앙에 배치돼 좌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해 기회를 만들고 동료를 지원하는 유형이다. 이들에게 돌파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고, 결국 이들은 공을 잡으면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시 리턴을 내주는게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스가 나오면 웨일스에 역습이 시작됐고, 모든 선수들은 올렸던 라인을 빠르게 내리며 체력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

손흥민의 위치도 의문이었다. 이날 라인업 소개에서 손흥민은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 투톱에 배치됐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손흥민은 프리롤 역할을 맡으며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중앙 미드필더처럼 보였다. 이 공간은 상대의 압박이 가장 강한 곳이기도 하며, 손흥민이 곧바로 공격으로 치고 나가기 어려운 위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90분 내내 손흥민을 해당 위치에 고정했다. 손흥민이 개인 기량으로 슈팅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소속팀에서보단 덜 위협적이었다.

결국 한국은 이날 단 한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한 채 경기를 마감해야 했다. 웨일스가 유럽 강팀이었다면 처참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웨일스는 한국과의 맞대결 이전 최근 12경기 1승 3무 8패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러한 팀을 상대로도 압도당하는 경기를 펼쳤다. 오히려 웨일스가 골대를 한 번 맞추며 위기를 모면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긍정적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지속적인 대표팀의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 보셨다시피 어린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는데,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앞으로 아시안컵까지 가는 여정에서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같은 리더급 선배들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팀을 이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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