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피로 싹 씻어줄 웃음과 스릴의 대환장극, '힙하게'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3. 9. 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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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

이름난 감독이나 연출자야 한둘이 아니지만, 요즘 이만한 활약상을 보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바로 김석윤 PD다.

현재 JTBC 주말극 '힙하게'(극본 이남규, 연출 김석윤)를 선보이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거의 매해 새 작품을 내놓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매번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니 대단한 활약이 아닐 수 없다.

또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시트콤, 영화까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두루 성공한 실력자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를 히트시키며 연출자로서 명성을 드높이기 시작한 그는 KBS에서 각종 예능을 섭렵하고 '개그콘서트'의 중흥기를 일으켰을 정도로 예능PD로 잔뼈가 굵다. 무명이던 유재석에게 메뚜기탈을 쓰라 권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준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영화로는 3편까지 탄생시킨 '조선명탐정' 시리즈(2011, 2015, 2018)로 인정받았다.

장르도 로맨스부터 미스터리, 법조물 등을 두루 아우르며 실력을 입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나의 해방일지'(2022)와 '눈이 부시게'(2019)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으로 꼽히는 이 두 작품으로 김석윤 PD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는 수직 상승한다.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

그러던 차에 만난 '힙하게'는 어안을 벙벙하게 한다. 보자마자 "이거 뭐야?" 하고 되물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눈물 콧물 쏙 빼게 한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하는 만큼 그때와 비슷한 진한 감동을 기대했다면 더 그렇다. 방영 전부터 코믹 수사 활극이라고 드라마를 소개했는데도 예사로 받아들였다가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간 내놓았던 작품들도 웬만해서는 웃음을 머금게 되기야 했지만, 정도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다.

'힙하게'는 농촌마을 무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봉예분(한지민)이 우연히 별똥별을 맞은 뒤 동물이나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초능력이 엉덩이를 만져야 발휘돼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촌극이 퍼레이드로 펼쳐진다. 예분의 능력을 이용해 범인 검거 실적을 높이려는 형사 문장열(이민기)과 예분의 공조는 진지하지만 그야말로 코미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더 가관이다. 예분의 이모 정현옥(박성연)과 무진경찰서 강력반장 원종묵(김희원)은 과거 사랑했지만 어긋난 사이. 틈만 나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대놓고 패러디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또 무진 사람들의 순박한 사투리 대화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방불케 한다.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를 언급하는 에피소드도 큰 재미를 줬다. 김석윤 PD와 이남규 작가가 박해영 작가와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함께 한 남다른 인연이 있어서 이 같은 패러디도 가능했다.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

 
무엇보다 예분의 친구이자 일진 출신 배옥희(주민경)나 그의 일진 인맥이 등장할 때면 '힙하게'가 보통의 드라마와는 다른 '힙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옥희는 예분이 곤경에 처하거나 장열의 수사에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데 그때마다 어색하고 과장된 재미가 쏠쏠한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옥희를 정색하고 재밌게 표현하는 주민경의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옥희가 불러모으는 인맥 중 하나인 개그맨 김용명이 요즘 '힙하게'에서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감도를 높이며 드라마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힙하게'의 팬 중 김용명이 옥희를 "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귀에 맴돌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이렇듯 '힙하게'는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장할 재미를 주고 있다. 코미디는 취향이 아니라며 일찌감치 채널을 돌렸다면 모를까, 한번 집중해서 보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드라마로 등극했다. 시트콤 마니아들은 당연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을 잘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과장된 캐릭터 연기가 기본으로 깔린 '힙하게'에 푹 빠져들고 있다. 연출의 힘이다.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

김석윤 PD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끌고 나가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힙하게'를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웃기지만 우습지 않으며 요란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명료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내고 있다. 튀어도 너무 튀는 '합하게'를 통해 김석윤 PD가 자신의 '힙한' 연출력을 과시하고 있다.

옥에 티라면 방영 전 여주인공이 엉덩이를 만지고 다니는 설정을 두고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점인데, 김석윤 PD가 제작발표회에서도 밝혔듯 "방송을 보면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더니 과연 그랬다. 바쁘고 힘든 삶으로 뾰족해진 마음들에 '힙하게'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논란을 사그라뜨렸다.

'인생작 메이커'라는 수식어를 얻었을 정도로 호평받는 작품이 많은 김석윤 PD가 이대로라면 '힙하게'도 인생작 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환장할 노릇의 새로운 재미의 세계로 문을 열어준 김석윤 PD가 시청자들에게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인생작을 찾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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