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 경상수지 흑자...유가 오르면 불안 [머니뭐니]

2023. 9. 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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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폭 22.9억달러 감소했지만 전년 동월 수준 상회
“국제유가 오름세 지속되면 경상수지 흑자 제약 가능성”
하반기 상저하고 전망 엇갈려…미·중 유가 수요 주목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김현경 기자] 연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란 어렵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인 데다가, 해외 여행 급증으로 서비스 수지마저 악화되고 있다. 흑자 폭도 감소하면서 올 들어 7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 규모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르는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가파른 상승…지속되면 상품수지 제약”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이후 3개월 연속 흑자지만 6월(58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은 22억9000만달러 크게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는 42억8000만달러 흑자로 4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수출 개선은 요원하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축소되고 있다. 7월 수출은 504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7억9000만달러(-14.8%)나 줄었다.

다만 수입(461억5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135억9000만달러(-22.7%)로 감소해 수출보다 더 크게 위축되면서 상품수지 적자를 막아냈다.

서비스수지 역시 15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며 1년 전보다 악화돼,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의 경우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9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전월(48억5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는 줄었다.

한은은 하반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국제유가의 흐름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급등한 뒤 잠시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나, 시장은 원유 공급 제약과 미국·중국의 수요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유가 상승이 향후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7월부터 최근까지 평균 국제 유가는 84억달러 내외로, 지금까지는 상품수지에 국제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액이 증가해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가 상승이) 수입만 늘리는 요인은 아니다. 석유화학 제품 같은 경우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정제 마진이 상승해 수출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면서도 “적어도 상품수지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분명히 상품수지를 제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본원소득 수지 흑자 폭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선 “상반기 배당 규모가 워낙 컸었기 때문에 하반기 배당수익 규모가 줄어들 순 있을 것 같다”며 “우리 기업의 해외 유보 소득 규모가 크고, IT기업 같은 경우도 연말 갈수록 해외 수익이 완화될 것으로 보여 해외 자회사의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연합]
하반기 유가 불확실성에 “경상수지 0”vs“전망치 달성”엇갈려

한은은 하반기 경상수지 256억달러 흑자와 연간 240억달러 흑자를 전망한 바 있다.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8월부터 12월까지 각각 220억2000만달러, 179억9000만달러 흑자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경제 주축인 수출 성장에 따른 상품수지 증가세가 나타나야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등 불안 요인이 크다. 전문가들의 하반기 전망 역시 엇갈리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올라가기도 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라며 “고유가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올해 경상수지가 0이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3% 정도로 나타날 것이고, 0이 되면 한은 전망대로 1.4%가 될 것”이라며 “2% 성장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일본의 90년대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연말 미국의 경기 하강과 중국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4분기가 되면 통관 기준 무역수지 흑자도 더 커질 것이고, 최근 본원소득수지도 계속 흑자이기 때문에 경상수지 240억달러 달성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국제유가는 미국의 경제상황 및 중국의 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수요적 측면에서 제약되면서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6.87달러로 전날보다 0.67달러(-0.8%) 떨어졌다. 지난 9거래일 연속 상승 후 10거래일만 하락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9.92달러로 전장 대비 0.68달러(-0.8%)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날 배럴당 90달러대 위로 올라섰다가 이날 하락으로 다시 배럴당 80달러대로 떨어졌다.

moone@heraldcorp.com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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