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라더니 이젠 우리가 살 곳이 없다” 뉴욕의 새 규제 [특파원 리포트]
여행을 떠나려면 밤에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예전엔 호텔 예약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십여 년 전부터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예약 업체들도 많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특히 숙박비가 비싼 곳을 여행하려 한다면 숙박 공유 서비스를 더 잘 찾아보기도 합니다. 호텔 같은 서비스는 없지만, 호텔 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현지인이 사는 곳에서 머물면서 현지인과 대화를 하는 것 등의 장점도 있습니다. 좋은 위치에 더 저렴한 가격이라면 더욱 좋은 일입니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업체의 처음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공유'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도 집세를 어떻게 내야 하나 고민하다 자신들이 살던 집 일부를 세로 내놓겠다는 생각을 해냈고, 이를 공식화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집에 손님을 들이거나, 자신들이 휴가 등으로 멀리 떠났을 때 집을 빌려주는 '공유'가 아닌, 아예 '숙박'만을 목적으로 집을 빌리거나 사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장기간 빌려주는 것보다 단기로 빌려주면-회전율만 높다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살 곳'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뉴욕시가 이를 줄이겠다고 나섰습니다.
9월 6일부터 새로 도입된 규정을 보면 30일 미만 동안 집을 빌려주려는 집주인은 시에 등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손님이 있는 동안에 집주인도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합니다. 사는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빌려준 방을 잠글 수도 없습니다. 두 명 이상의 손님을 한 번에 받을 수도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가족들은 숙박 공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중개 업체들도 뉴욕 시에 등록된 임대인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집이 사실상 호텔로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게 뉴욕 시의 방침입니다.
뉴욕 시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원인은 뉴욕의 주택난입니다. "집을 더 지으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고, 그 와중에 우리 집을 호텔로 바꾸기 시작한다면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뉴욕시 위원회는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여러 이유가 따라 붙었습니다. 매일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화재 등 보안 위험이 커진다, 밤에 시끄러운 파티로 이웃들이 힘들어진다, 아파트 복도에 매일 모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등입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큰 아파트 등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작은 집을 조금씩 빌려주는 이들까지 손해를 입는다는 주장입니다. 만일 집 두 채를 가진 사람이 한 채를 공유해왔는데, 이 길이 막힌다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 이 서비스로 생계에 도움을 받던 은퇴자들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손해일 수 있습니다. 숙박 공유의 길이 막히면 호텔 값이 오르게 되고, 그러면 관광객들이 뉴욕을 덜 찾게 될 겁니다. 뉴욕시 자료를 보면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관광객 덕분에 28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집을 빌려주던 이들은 이 조치가 다시 바뀌길 기대하고 있지만, 법이 통과된 지 1년 반 넘게 시행을 준비해 온 뉴욕시가 금방 이 규정을 손볼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태어난 곳인 샌프란시스코에선 이미 1년에 90일 이상 숙박 공유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275일 이상 집주인이 해당 집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뉴욕 시의 새로운 정책은 당분간 유예기간이 있습니다. 기존 예약자라면, 그리고 숙박 일이 올해 12월 1일까지라면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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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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