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두고 빈민가 미화 작업? 불도저로 판자촌 밀어버린 인도

박선민 기자 2023. 9. 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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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수도 뉴델리의 판자촌 강제 철거를 진행한 가운데, 한 주민이 허망한 표정으로 철거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의 빈민가에 살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거주지를 잃었다. 인도 정부 당국이 9~10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화 작업의 일환으로 판자촌 강제 철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도저가 판잣집을 밀어버리는 광경을 속절없이 지켜만 봐야 했다.

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 파라가티 마이단 인근 빈민가 ‘잔타 캠프’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에 내몰렸다.

앞서 시 당국은 잔타 캠프 주민들에게 지난 5월 퇴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같은 달부터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당장 잔타 캠프를 떠나 살 곳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집이 사라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서, 한 여성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철거된 집 잔해를 쳐다봤다. 양손에 필요한 짐들만을 겨우 챙긴 채였다.

철거 잔해 속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챙기고 있는 아이들. /로이터 연합뉴스
철거로 잔해만 남은 집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 /로이터 연합뉴스

당초 잔타 캠프 주민들은 G20 정상회의가 인근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절망으로 변했다. 각각 9개월, 5세, 10세의 어린 자녀를 둔 바텀 다르멘드라 쿠마르는 “미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13년동안 살던 집을 떠나야 했다”며 “가난한 사람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인다면 새로운 뭔가를 만들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이나 시트를 씌우는 방법도 있었다”고 했다.

현재 강제로 이주를 가야 하는 주민들은 인근에 구해뒀던 일자리, 학교 등도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뉴델리 기반 노숙인 단체 종합개발센터(CHD) 소속의 수닐 쿠마리 알레디아는 “정부는 미화라는 이름으로 주택을 철거하고 취약층을 내쫓았다”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주민들에게 이를 제때 알리고,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국유지에 불법으로 조성된 구조물을 철거했을 뿐, G20 정상회의를 위한 미화 작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도주택도시부 장관은 “그 어떤 집도 G20 정상회의 미화 작업을 위해 철거되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 역시 강제 퇴거명령을 막아달라며 주민 일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빈민가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잔타 캠프를 떠나고 있는 쿠마르 부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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