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브레게·프라다 등 명품들, 국내 작가들 세계 무대에 알리다

최보윤 기자 2023. 9. 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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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서울, 아시아 미술 중심으로

전 세계 예술계 ‘큰손’이 한국을 들썩였·다. 지난해 국내 첫 상륙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과 올해 22회를 맞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했다. 지난해 7만명 이상이 몰려들며 한국 미술 시장 규모를 처음 1조원 대로 키우며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역으로 발돋움시킨 바 있다. 프리즈는 9일, 키아프는 10일까지다.

조지 콘도. Internal Combustion(2023)/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지난해 성공적인 개최로 올해는 참여 갤러리나, 방문객 등 그 규모가 더 커졌다. 프리즈 서울에는 세계 4대 갤러리인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즈위너 등을 위시해 세계 120여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10개가 더 늘었다. 가고시안은 조나스 우드의 정물화, 백남준의 ‘TV 부처’ 등을 내걸고, 하우저앤워스는 필립 거스턴, 루이스 부르주아, 폴 매카시 등의 작품을, 페이스 갤러리는 요시토모 나라, 로버트 나바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 갤러리로는 국제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바톤, 조현화랑,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 현대 등 26곳이 메인 섹션에 참여한다. 해외 주요 미술계 인사만 해도 지난해 8000여명에서 1만명 이상 방한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중국 VIP들까지 모여들며 그 열기에 불을 붙였다.

서울을 아시아 미술의 중심으로 도약시켰다는 이번 아트 페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 규모 뿐만 아니다. 열정적인 젊은 컬렉터들과 개방적인 분위기의 미술 시장도 한몫했다. 세계적인 예술전문지 아트넷은 해외 딜러의 입을 빌어 “컬렉터층이 젊고, 미술품 수집에 접근하는 방식이 유럽의 컬렉터들과는 매우 다르다”며 한국의 컬렉터 세대가 적극적이고 협력적이라고 밝혔다. “한국 컬렉터 세대는 서로에게서 배운 것을 공유한다. 유럽에도 젊은 컬렉터들이 있지만 이런 역동성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아트 컨설팅 업체 아트 인텔리전스 글로벌의 창립 파트너 유키 테라세는 아트넷과의 인터뷰에서 “한류 덕분에 한국이 세계 대중문화 무대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가 한국을 더 많이 알게 됐다”면서 특히 “미술 시장에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 앞으로 성장이 더 주목된다”고 밝혔다. 테라세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미술품 거래에 규제가 많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비해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 미술 전문가가 많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서양 관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아니다. 샤넬, 디올,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등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하우스도 프리즈 기간에 맞춰 한국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직접 기획한 전시를 선보인다. 신진 작가 발굴에서부터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까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측과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예술의 혼을 일으키는 것이다. 오는 17일까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신디 셔먼 작품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과 박미나 작가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전시를 선보이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6일 열리는 프리즈 위크 ‘청담 나잇’에 참여했다. ‘실험미술 거장’ 성능경 작가는 갤러리현대에서의 전시를 열며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의 잡지 화보를 찍는 등 많은 글로벌 명품 하우스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미술계에 공을 들였다.

캐서린 번하드. Bacterium Run(2023)./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브레게-스트리밍 타임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하우스 브레게는 프리즈 서울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공식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국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와 협업해 ‘스트리밍 타임(Streaming Time)’ 작품을 선보인다. 스트리밍은 끝없는 흐름을 뜻하는 단어이자,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와 긴밀히 연결된 문화 소비 방식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 수많은 삶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탐구하는 스트리밍 타임은 현대 사회 속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문화적 시간을 의미한다. 심소미는 “예술에는 도시 생활이 인간의 지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가 반영되어 있고, 예술은 사회에서 보이지 않거나, 배제되거나, 소실되었을지 모르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서 “워치메이킹 분야의 발명과 발전 속 브레게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를 예술, 그리고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워치메이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 간의 대화로 표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트인 안성석과 정희민이 참여해 지각과 관련하여 시간이라는 개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움직이는 방식을 탐구하는 이들의 작품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모두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간에 순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극복하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백남준. TV부처(2005)./가고시안 갤러리

◇샤넬- 나우 & 넥스트(NOW & NEXT)

지난 해부터 프리즈와 파트너십을 이어온 샤넬은 현 시대를 풍미하는 기성 현대 예술가와 떠오르는 신예 현대 예술가를 한 자리에 모으는 ‘나우 & 넥스트(NOW & NEXT)’ 비디오 시리즈를 선보였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임민욱, 홍승혜, 문성식, 이은우, 전현선, 장서영 등 세 그룹의 기성 예술가와 신예 예술가 간의 대화를 조명한다. 예술가들은 시간과 연결성, 서울과의 관계, 그리고 급변하는 주변 세계의 영향과 같은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작업 활동과 예술적 고뇌를 공유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부가 되어라”라는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 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앞서 샤넬은 재단법인 예올과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올해의 장인에 ‘화각장 한기덕(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수교육조교)’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도자공예가 김동준’을 최종 선정했다. 또 이들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이는 공동 전시회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을 오는 23일까지 예올 북촌가 한옥에서 연다.

◇디올-레이디 디올 셀러브레이션 전시

프랑스 럭셔리 패션하우스 디올은 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성수동 컨셉 스토어에서 레이디 디올 셀러브레이션(Lady Dior Celebration) 전시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징적인 한국 아티스트24인이 협업으로 이뤄졌다. 박선기, 최정화, 지지수, 김홍석, 하종현, 김희원, 오세정, 이지아, 권죽희, 이정진, 홍정표, 이광호, 천경우, 이불, 이헌정, 이건용, 김민정, 오유경, 황란, 수 써니 박, 강서경, 박원민, 윤예섬, 제이디 차가 재해석한 42점의 작품들과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프리즈 서울 2023에서 공개한 브레게와 심소미 큐레이터의 아트 프로젝트 ‘스트리밍 타임’.

◇프라다-프라다 모드 ‘다중과 평행’ 전시

프라다는 5일과 6일,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 연희동 문화 공간 코트(KOTE)에서 제10회 프라다 모드를 개최하고 ‘다중과 평행’전을 선보였다. 이숙경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이 참여한 이 전시에서는, 영화계에서 존경받는 세 감독이 저마다의 독특한 시선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영화적 비전을 제시하며 코트의 전시 공간을 배경으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프라다 모드 서울의 무대가 되는 코트는 다양한 세계관을 탐험할 수 있는 다차원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세 명의 감독은 이숙경 큐레이터와 협력하여 코트의 여러 건물을 넘나들며 미식 문화, 부재, 죽음에 대한 질문이 담긴 각자의 비전을 구현한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영화는 특정 문화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와 개념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의 문을 열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은 영화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하여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꿈꾸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보테가 베네타가 지원한 리움 미술관의 강서경 작가 전시회 포스터./리움미술관

◇보테가 베네타-리움 미술관 강서경 작가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이탈리안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의 전시 후원을 한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시작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테가 베네타는 현시대의 개성과 자유가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는 강서경 작가의 뛰어난 작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강서경 작가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18년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매년 특정 영역에 출품한 작가 중 두 명만을 선정하여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스톤 아일랜드- Selected Works Seoul ‘982-’023: The Stone Island Archive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 웨어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가 5일부터 9일까지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대규모 아카이브 전시회 ‘Selected Works Seoul ‘982-’023: The Stone Island Archive’를 선보인다. 아시아 내에서는 브랜드 사상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설치 미술 전시회로 40년 역사를 대표하는 70여 피스를 만나볼 수 있다. 높이 솟은 9개의 기둥 위에는 스톤 아일랜드 특징적 의상을 입은 모델을 실물 크기로 구현한 3D 조각이 설치됐다. 열을 가하면 극적으로 변하는 감열성 의상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스톤 아일랜드 카카오 채널에서 사전 예약 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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