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은 지금 10년치 연료를 채우는 중… 인내의 시간, 평생의 자산으로 남을까

김태우 기자 2023. 9. 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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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에서 담금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서현 ⓒ곽혜미 기자
▲ 김서현은 제구 불안으로 1군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아마도 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고, 그간 TV로만 봤던 타자들을 잡아내면서 1군 기록이 차근차근 쌓이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지 모른다. 시속 16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천적인 어깨와 기백, 그리고 자신감을 다 가지고 있는 김서현(19‧한화)의 미래는 그것과 그렇게 멀리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관중들이 많지 않은, 응원단의 앰프 소리도 없는,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땡볕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김서현은 7일 현재 올해 1군에서 58일 동안 있었다. 반대로 2군에서 102일을 머물렀다. 아마도 시즌이 끝날 때쯤이 되면, 1군보다 2군에서 있었던 시간이 배는 많을 수 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화려하게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내비쳤다. 150㎞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매력이 모두가 환호했다가,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2군에 있다는 건, 현시점에서는 가능성보다 문제점이 더 도드라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시즌을 2군으로 시작한 김서현은 좋은 성과와 함께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4월 19일 1군에 등록됐다. 이후 한동안은 어마어마한 구속이 화제를 모으며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일부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린 제구와 밸런스는 좀처럼 원상 복구되지 않았다. 그렇게 6월 8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냥 놔두면 더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2군에서 선발로 던지며 꾸준하게 보완을 거쳐 8월 10일 다시 1군에 올라왔지만 두 경기 합계 4⅔이닝 동안 7실점하고 다시 2군에 내려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4⅔이닝 동안 내준 4사구만 무려 12개였다.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지금은 1군 복귀 기약이 없다. 김서현의 제구가 잡혔다는 증거는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한화로서는 당장보다는 조금 더 먼 미래를 봐야 할 때이기도 하다.

2군에서 계속 공을 던지고 있다. 투구 이닝은 벌써 2군에서만 40이닝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제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7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김서현에 대한 보고를 계속 받고 있다면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퓨처스리그 코치님들을 믿고 기다린다”며 1군 복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교육리그에 던지는 것을 보러 가야 한다. 갔다가 마무리 훈련까지 해야 한다”면서 멀리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 최원호 감독은 스트라이크에 대한 감각을 쌓길 바라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서현은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 훈련까지 강행군이 예고되어 있다 ⓒ곽혜미 기자

지금은 성가신 순간일 수도 있다. 동기들 중에서도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꽤 된다. 2순위 지명자인 윤영철(KIA)은 10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압도적인 1순위 지명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기분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이상을 던져야 할 선수다. 10년 뒤 돌아볼 때 지금 이 3~4개월은 찰나의 순간이다. 10년을 쓸 연료를 지금 차곡차곡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최 감독은 “리그의 어떤 레벨이라는 게 있다. 그 레벨은 타자의 레벨이 될 수도 있고, 스트라이크 존의 레벨이 될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어느 정도 상상을 하면서 던졌을 텐데 이게 계획대로 안 됐을 때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가 있다. 그런 것들은 지금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재 김서현의 상황을 짚었다.

최 감독은 ‘스트라이크에 대한 감각’을 주문했다. 앞으로의 경력을 위해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우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감을 빨리 찾아야 한다. 거기서부터 출발을 하는 것이다. 감은 아무래도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서현이 같은 경우는 스트라이크에 대한 기복이 프로에 와서 심하다. 연습을 조금 더 해야 한다. 커맨드는 그 다음이다. 스트라이크에 대한 문제는 없어야 한다. 이렇게 던지면 스트라이크고, 이렇게 던지면 볼이라는 감은 있어야 한다”고 꾸준한 연습을 강조했다.

사실 고교 시절에도 수없이 던져봤던 스트라이크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던지는 건 또 다르다. 강력한 구위가 있기에 이 문제가 해결되면 선배인 문동주처럼 한층 뻗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든든한 밑천을 갖는다. 김서현이 3개월 동안 이 문제를 차분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렇기만 한다면 긴 프로 경력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김서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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