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리츠화재, 계약자 지급 보험금 '모집인'에 구상청구 '패소'
법원, 보험사 2600여만 원 구상청구 '이유 없어'...원고 패소 판결
보험 모집인, 무리한 청구 주장...정신적 고통 호소도
[더팩트ㅣ경기 = 고상규 기자] 메리츠화재가 보험모집인 B 씨를 상대로 계약자에게 이미 지급한 보상금을 변제하라며 법원에 낸 손해배상(구상권청구)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메리츠화재는 2022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보험모집인 B 씨가 계약자 C 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C 씨가 고지혈증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음을 고지받았음에도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아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2600만 원의 구상청구 손배소송을 제기했지만 원고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8월 10일 판결문을 통해 '원고(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모집인)가 OOO과의 보험계약 체결시 중요 사항을 고지하는 것을 방해하였거나 또는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게 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보험계약자 C 씨는 2020년 7월 27일 보험에 가입했고, 2021년 10월 가슴통증으로 경기도 내 한 병원을 찾아 '불완전협심증'진단에 따른 관상동맥 스탠트삽입시술을 받은 이후 A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같은 해 12월 2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B 씨의 변론을 맡은 엄석현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다"며 "다만 (보험모집인은) 중개를 한건데, 이 사건의 경우 계약자가 직접 고지사항을 읽고 스스로 체크했고, 이 과정에서 보험모집인이 사실과 다르게 체크하라거나 방해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B 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게 아니라 계약자랑 해결해야 될 문제로 보이는데, 보험모집인에게 왜 소송을 제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 중개 당시 전자서명에 따른 모집활동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A 보험사가 보상금 지급 전 계약자와 풀었어야한다는 취지다.
자필서명의 경우 서명란에 사인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무적으로 도장은 본인이 날인했는지 등 사실확인이 어려워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현행 전자서명법에서 요구하는 전자서명 또는 공인전자서명을 자필서명과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험모집인 B 씨는 "보험계약을 중개할 당시 계약자(C씨)는 다른 보험사에 10년 째 보험을 가입하고 매월 30만원씩을 내고 있었다. 고지혈증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고지혈로 인한 보험청구는 다른 보험사에서도 10년 동안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계약자는 당시 (A보험사로) 보험을 갈아타면서도 2건을 계약했는데, 2020년 7월부터 매월 총 40만원정도를 보험료로 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금을 받은 보험료는 매월 약 18만원이었고, 계약자는 운동선수로서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며 "계약 당시 전자서명을 통해서도 직접 체크하셨다. 보험사가 이런 식으로 소송을 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보험설계사들이 겁이나서 보험모집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B 씨는 이번 소송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그는 "소송으로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피로감으로 인해 안압이 생기면서 왼쪽 눈이 지금도 잘 보이지 않아 병원을 다니면서 이러다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보험사에서 올해 2월 제가 가진 11개의 모든 통장을 가압류해서 카드값과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지금은 신용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법조계는 통장에 대한 가압류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배상 판결금을 확보하기 위해 행하는 정당한 사전적 조치이기는 하지만, 소액사건의 경우 11개의 통장을 모두 가압류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tf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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