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3 "그래서 샤가 누구임?"
화제작 발더스 게이트3에는 다양한 신격과 이를 섬기는 신도들이 등장한다. 당장 동료만 봐도 섀도하트는 열렬한 샤의 성직자이며, 기스양키인 레이젤은 블라키스를 섬긴다. 할신은 실바누스에게 기도한다.
대충 어떤 신인지, 해당 신앙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플레이 도중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은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십상이다.
기자는 섀도하트가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소수라 박해받는 종교인가"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2막에서 충격과 공포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가벼운 종교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천지, 아니 샤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왜 NPC들이 샤 신도라 하면 기겁하는지 알 것 같다. 3막에선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기자와 같은 불운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발더스 게이트3의 세계관 포가튼 렐름의 주요 신격은 어떤 이들이 있는지 정리해봤다.
■ 절대신 에이오(AO)
에이오는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공식 세계관 '포가튼 렐름'의 창조신이다. 흔히 생각하는 '전지전능'한 신을 떠올리면 얼추 맞는다. 포가튼 렐름에는 여러 신들이 존재하지만, AO가 신의 힘과 책임을 나누어 준 '신격'에 불과하다. 엄밀한 의미의 신은 에이오 단 한 명이다.
전지전능하지만 자신이 창조해 낸 피조물에게 대부분의 사안을 위임한다. 세상이 정말 개판일 경우에만 직접 개입하며, 보통 이것저것 지침이나 지시 정도만 내리는 데 그친다. 포가튼 렐름의 일반인은 에이오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 정상이며, 성직자나 마법사조차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 달의 처녀 셀루네
셀루네는 에이오가 포가튼 렐름을 창조하며 쌍둥이 자매 샤와 함께 태어난 신격이다. 은빛의 아가씨, 달의 처녀 등으로 불리며 달과 별, 여행자를 관장하는 셀루네는 샤와 합심해 행성이자 대지모신 차운티아를 만들었다.
차운티아가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빛과 열을 요청하자 화상을 감수하고 다른 세계에서 최초의 불씨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태초의 어둠과 정적을 깨뜨리길 원하지 않았던 자매 샤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주구장창 싸운다.
셀루네는 지상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종종 여러 모습의 화신을 내려보내 필멸자 속에서 살아가곤 한다. 선한 성품 덕에 두루두루 신격들과 알고 지내는 인싸 신격이다. 발더스 게이트3에서는 그녀의 초즌인 '댐 아일린'이 등장한다.
■ 상실의 아가씨 샤
샤는 셀루네와 함께 태어난 가장 오래된 신들 중 하나다. 밤의 여주인, 상실의 아가씨, 어둠의 여신 등으로 불리며 암흑과 망각, 밤을 관장한다. 쌍둥이 자매신 셀루네와는 그야말로 철천지 원수다. 자매와 머리채 잡고 싸우는 과정에서 마법의 여신 미스트릴이 탄생했다.
샤는 셀루네가 불씨를 세상에 가져오기 이전의 고요한 어둠, '현재 세계의 멸망'을 간절히 바란다. 덕분에 그녀는 동맹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홀로 셀루네와 싸우기 위해 더욱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암약한다.
설명만 들으면 이런 신을 대체 누가 믿냐 싶지만, 의외로 믿는 신도들이 있다. 상실과 고통에 괴로워하는 자들에게 일종의 위안이 되거나, 버림받은 자들이나 밤길을 걷는 자들이 그녀에게 보호를 청한다. 발더스 게이트3에서는 플레이어의 동료 섀도하트가 샤의 신도다.
■ 마법의 (3대) 여신 미스트라
마법의 여신 계보는 참 다사다난한데, 현재 마법의 여신으로 활동 중인 미스트라는 3대 째다. 셀루네와 샤에게서 태어난 1대 마법의 여신 미스트릴은 필멸자 카서스가 친 대형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후임자를 지정한 뒤 자살했다.
미스트릴의 뒤를 이은 것은 2대 마법의 여신 미스트라다. 그녀는 모든 신들이 신위을 박탈당하고 추방당한 사건 '타임 오브 트러블' 당시 차원문을 지키던 감시자 헬름 앞에서 무력 시위를 하다 죽고 만다. 이후 에이오에게 지명받은 필멸자 미드나잇이 그 자리를 계승한다.
미드나잇이란 이름은 방탕한 밤놀이를 즐기던 것에서 유래했다. 필멸자 시절 동료였던 시어릭을 제외하고는 대단한 오픈 마인드였고, 여신이 되고 나서도 재능 있는 마법사들에게 열린 마음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발더스 게이트3에서는 게일이 그녀의 전 연인으로 등장한다.
■ 죽음의 제르갈
천지창조 당시 탄생한 죽음의 신 제르갈은 셀루네, 샤와 같이 본디 신으로 태어난 몇 안되는 신격이다. 죽음 이외에도 포학과 살인, 증오, 죽은 자 등 다양한 분야를 주관했으나 오랜 근무로 업무에 염증을 느끼고 만다.
그 때 제르갈에게 도전해 최고위 악신이 되겠다는 헛된 꿈을 꾸던 베인, 바알, 머큘 필멸자 3인방이 등장했다. 제르갈은 기쁜 마음으로 3인방에게 각각 포학, 살인, 죽음을 나누어준다. 그들은 데드 쓰리, 죽음의 삼 악신으로서 티격태격 하면서도 사이 좋게 깽판을 치는 사이다.
제르갈의 허무주의적 성격은 죽음의 허무함 그 자체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임명된 것이 아닌 본디 그렇게 태어난 존재이기에,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스스로 죽음의 신에 오를 수 있는 강력한 신이다.
■ 폭정의 베인
본디 필멸자였던 베인은 머큘, 바알과 악행을 저지르다 제르갈에게 도전한다. 도전자의 전의 상실로 도전은 싱겁게 마무리됐지만, 마침 현자 타임을 맞이한 제르갈에게 포학, 폭정을 부여받고 신이 되었다.
친구인 머큘과 함께 운명의 석판을 훔쳐 내 타임 오브 트러블의 원흉이 됐다. 타임 오브 트러블 도중 정의의 반신 톰과 전투하다 동귀어진을 당하고 마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자신의 부활 선물로 톰 교단에 암살자를 대거 보낸다.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자를 존중하고 경의를 보인다. 불필요한 살인, 강간, 고문 등은 싫어하는 등 보편적인 악신과는 다소 다른 편이다.
■ 죽음의 머큘
베인, 바알과 결성한 제르갈 레이드 3인 파티는 깨졌지만 제르갈에게서 죽음을 받은 뼈의 군주 머큘은 필멸자 시절과 마찬가지로 전 파티원과 사이 좋게 지냈다.
너무 사이가 좋은 나머지 베인과 함께 타임 오브 트러블이라는 대형 사고도 쳤다. 그래도 업무만 놓고 봤을 때 죽음의 신으로서의 머큘은 제법 괜찮은 신으로 보인다.
필멸자 시절부터 괴짜로 유명해 해골 가면을 쓰고 다녔으며, 신위에 오른 뒤엔 낫을 든 그림 리퍼 차림으로 종종 사람들을 놀래켰다. 현재는 폐급 후임 시어릭의 뒤를 이은 켈렘보르를 제르갈과 함께 보좌 중이다.
■ 살인의 바알
네서릴 제국 출신 암살자 바알은 제르갈에게서 살인을 계승받아 베인, 머큘과 함께 죽음의 삼 악신 자리에 오른다.
바알과 그의 추종자들은 살인을 즐기지만, 쾌락주의자면서도 냉철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타임 오브 트러블 당시 친구들의 뻘짓을 구경하다 시어릭에게 살해당했지만, 바알은 이를 예견하고 바알 스폰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자신의 피가 섞인 스폰을 통해 바알의 부활은 거의 성공할 뻔 했다. 그러나 어느 양자에 의해 바알의 계획은 처참히 박살난다. 이 바알 스폰 양자의 이야기가 바로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다.
■ 아침의 군주 라샌더
라샌더는 태양을 상징하는 신으로 '아침의 군주'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린다. 담당하는 영역은 태양, 아침, 선, 보호 등으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카서스의 삽질에 엮여 미스트릴과 함께 소멸한 네서릴의 태양신 아마우네이터와 동일 존재다. 그러나 신 자체의 인격이나 정체성은 신도 집단에 의해 조금 달라졌다.
발더스 게이트3 1막에 등장하는 장밋빛 아침 수도원이 바로 라샌더를 섬기는 수도원이다. 수도원 깊은 곳에 숨겨진 라샌더의 피는 대 언데드 결전 병기로 섀도하트에게 들려주면 톡톡히 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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