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도, 수비도 전부 잘 수행한 두산 조수행
시즌 타율 0.195. 타격에서 부진을 겪던 두산 베어스 조수행은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보완했다. 그의 장점인 빠른 발과 번트는 공수에서 빛을 보이며, KIA의 파죽지세를 꺾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조수행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의 시리즈 3차전서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조수행은 이날 3타수 2안타 1득점을 뽑아내며 팀의 3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나온 조수행의 안타는 모두 번트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활약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4회 2사 주자 1루 상황. KIA 최형우의 큼지막한 타구를 따라가 잡아내 이닝을 끝냈고, 5회 2사 주자 1, 2루에서도 4회와 같은 코스로 날아온 KIA 최원준의 큰 타구를 낚아채 위기를 넘겼다.
팀의 2연패 탈출은 물론, 두산이 시즌 전적 56승 1무 56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 회복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
조수행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소회를 풀었다. 조수행은 "KIA 타자들이 다들 너무 잘 치기 때문에 진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위축이 많이 됐다. 이번 계기로 더욱더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고 회상했다.
집중력 넘친 수비 2번은 파죽지세였던 KIA의 10연승을 막아냈다. 그럼에도 "제가 막았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저희 투수, 타자들이 다들 너무 잘했기 때문에 이겼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실 조수행에게 이번 시즌은 대수비, 대주자가 더 익숙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수행은 꾸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제가 선발로 자주 못 나왔었기 때문에, 선발 나왔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최대한 전력으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했다"고 한다.
압권은 7회에 나온 기습 번트다. KIA 투수 김대유를 상대로 초구를 거른 조수행은 2구째에 기습적으로 번트를 댔고 공은 투수 앞에 떨어졌다. 김대유가 황급히 공을 잡아 1루로 공을 던졌지만 결과는 세이프. 당시 출루는 KIA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이 번트는 자신이 노린 걸까. 벤치의 주문이었을까. 조수행은 "항상 제가 스스로 판단한다"면서도 "감독님께서 항상 주문하시는 게 '자신 있는 거 마음껏 하라'였다. 이런 요구 덕분에 더 자신 있게, 마음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4회 말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배팅 대신 번트를 선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수행은 "그때가 득점권 찬스이기도 했는데 다음이 (정)수빈이 형이고 상위 타선으로 연결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제가 아무리 최소 단타를 친다 해도 득점 확률이 조금 떨어진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번트로 확률을 좀 높여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조수행은 자신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타격을 강점인 빠른 발과 번트로 커버했다. "아무래도 빠른 발과 번트를 잘 대는 게 저의 장점"이라는 조수행은 "제가 선두 타자로 최대한 많이 나가면 상대 투수를 더 흔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번트를 댔던 게 오히려 좀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타격에서 부진을 겪은 것에 대해선 "솔직히 많이 조급했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연습을 더 많이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선발 나갈 때 제 장점을 많이 보여주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승리 투수에 오른 최원준 역시 이날 조수행의 활약을 칭찬했다. 최원준은 "조수행의 좋은 수비 2개가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됐다"며 "그 전에 마운드를 내려오게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조수행이 좋은 수비를 해줘서 5회까지 갈 수 있던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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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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