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승선하려다 승무원과 실랑이… 그리스 탑승객 결국 익사
그리스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에 뒤늦게 탑승하려던 30대 남성이 승무원에게 떠밀려 바다에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현지 시각) 그릭시티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서남쪽의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블루 허라이즌’ 여객선에 뒤늦게 탑승하려던 안토니스 카리오티스(36)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토니스는 여객선이 출항하는 순간 자동차가 드나드는 배의 램프(경사로)를 향해 다급히 뛰어 올라탔다. 이를 본 승무원 2명은 그를 붙잡고 부두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승무원은 재차 탑승하려는 안토니스를 밀쳐냈고, 그 사이 배가 부두에서 멀어지면서 안토니스는 바다에 빠졌다. 승무원들은 물에 빠진 안토니스를 구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토니스는 결국 항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그는 크레타섬의 과일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최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아테네를 찾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안토니스는 당시 여객선 티켓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에서 내린 뒤 다시 승선하려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갑판에 있던 승객들도 당시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 소셜미디어에 사고 상황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면서 그리스 전역에서 공분이 일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책임한 행동과 냉소, 경멸과 무관심의 조합이 이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적었다.
그리스 검찰은 블루 허라이즌 여객선 선장과 승무원 3명을 기소했다. 승무원 1명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나머지 승무원 2명에게는 공모 혐의가 적용됐다. 선장은 선박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해당 여객선을 소유한 아티카 그룹 CEO 스피로스 파스칼리스는 사임했다. 아티카 그룹은 성명을 내고 “우리 경영진은 비극적인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그룹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승무원들이 절차를 따르지 않은 이유를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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