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활성화 위한 '직상장'…투자자 수익률엔 도움될까?

김미리내 2023. 9. 8.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TF처럼 거래 편의성 높이려는 목적…LP 유동성 공급은 한계
호가스프레드 벌어지면 원하는 가격에 거래 못해…실효성 논란 부각

금융투자협회가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할 수 있는 공모펀드 직상장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면 공모펀드 시장이 지금보다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헷지 방안 부족으로 유동성공급자(LP)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투자자 수익률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협 공모펀드 직상장 추진… '상장클래스' 신설 방안 논의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공모펀드 직상장 방안으로 별도 '상장 클래스'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규 클래스 도입은 법 개정이 필요한 'ETF 전환 상장' 대신 한국거래소 규정 변경만으로 가능하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클래스를 추가해 기존 공모펀드를 직상장하는 방안을 당국, 업계와 논의 중"이라며 "현재 상장 클래스를 도입하겠다는 운용사도 많고 LP 참여 의사를 밝힌 대형 증권사들도 있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공모펀드 직상장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던 LP 참여문제를 해소하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LP는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주문을 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량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 안정적인 가격 형성을 유도하는 제도다. 

다만 LP 역할을 담당해야 할 증권사는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이기도 한 만큼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공모펀드 상장으로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펀드 매매가 가능해지면, 그만큼 판매사가 가져갈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증권사는 이를 감수하고 LP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시장 형성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함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아직 직상장과 관련해 구체화한 내용이 없어 LP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확실치는 않다"면서도 "단 공모펀드 직상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어떤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어 참여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LP 참여 증권사가 펀드판매 수수료 수익 대신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해당 공모펀드 운용사가 LP 참여 증권사에 위탁주문을 내거나 주문 비중을 늘리는 정도인데, 판매수수료 대비 수익이 크지는 않다는 전망도 있다.

LP 참여 제한적…호가스프레드 벌어지면 매매에 불리

공모펀드 직상장의 관건은 '상장 이후'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성공급자인 LP는 안정적인 시장조성을 위해 가격변동에 따른 손익변화가 없도록 헷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ETF와 달리 공모펀드는 구조적으로 100% 헷지가 불가능하다. 

종목 수가 정해져 있는 ETF와 달리 공모펀드는 편입 종목 수가 많고,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라 종목도 계속 바뀐다. LP는 ETF를 매수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규모만큼 해당 ETF 선물을 매도해 손익변화가 없도록 헷지 방안을 마련하는데, 공모펀드는 이러한 헷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손바뀜이 많지 않은 종목 위주로 일부만 헷지하는 등 일정수준의 손실 가능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만 헷지가 가능할 경우 LP의 유동성 공급이 제한돼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 증권사마다 내부적으로 리스크관리를 위한 손실 한도를 정해놓고 있어 한도 내에서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 참여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은 (펀드판매수수료 관련) 이해 상충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헷지방안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LP는 방향성(숏, 롱 등)으로 이익을 거두는 사업이 아니어서 손실에 따른 타격이 큰데 이를 감수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정해진 리스크 한도 때문에 제한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상장을 통해 공모펀드 거래 편의성을 높인다고 해도 유동성 공급이 제한되면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고 이는 투자자 수익률에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며 "ETF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져도 ETF 대비 상품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주식이든 ETF든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이 매매에 유리하다. 원하는 가격대에 사고 팔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으로 호가 스프레드(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차이)가 벌어지면, 투자자는 사고팔때 유유동성이 풍부한 ETF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가격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ETF화 보단 공모펀드 자체 경쟁력 높여야' 지적도

이런 이유로 공모펀드를 ETF화 할 것이 아니라 공모펀드 본연의 강점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공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직상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공모펀드 시장이 지고 ETF 시장이 커지는 것은 상품경쟁력에 대한 투자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공모펀드 활성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업계 한 고위 관계자도 "수익률이 높으면 (직상장을 하지 않음으로 인한) 거래 불편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모펀드를 ETF화 하려는 것보다 운용능력을 높여 공모펀드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