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에게 고리채 해법을 배우다…이상호 전 신협중앙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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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민간 협동조합인 신용협동조합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메리 가브리엘라(1900∼1993) 수녀가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성가신용협동조합'을 만든 1960년이었다.
다음 해인 1961년 가브리엘라 수녀를 만난 뒤 평생 신협 운동에 헌신해온 이상호 전 신협중앙회장이 7일 오전 8시49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신협중앙회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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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한국에서 민간 협동조합인 신용협동조합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메리 가브리엘라(1900∼1993) 수녀가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성가신용협동조합'을 만든 1960년이었다. 다음 해인 1961년 가브리엘라 수녀를 만난 뒤 평생 신협 운동에 헌신해온 이상호 전 신협중앙회장이 7일 오전 8시49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신협중앙회가 전했다. 향년 93세.
193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농업은행(현 농협중앙회)에 들어갔다. 1958년 '농어촌 고리채 표본조사'를 한 결과 농촌의 참담한 현실이 농가 고리채와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민족자본 육성에 관한 보고서를 쓰기도 했지만, 탁상공론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1961년 가브리엘라 수녀를 만난 뒤 신협에서 5일간 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돈(저축)을 모으는 걸 보고 농업은행을 그만두고 신협 운동에 참여했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성가신협 설립에 이어 1962년 부산에서 '협동조합교도봉사회'를 조직해 신협 운동을 확산시켰고, 1964년 서울 신용협동조합 지부 월례 회의에서 전국 연합회 설립을 제안, 그해 4월 신협연합회의 닻을 올렸다.
고인은 1962년 협동조합 교도봉사회에도 참여했다. 2017년 신협중앙회와 인터뷰에서 "신협교육을 원하는 곳이면 교육용 차트를 메고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중략)…마을 청년들에게 행패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가난 때문에 먹을 것조차 없는데 근검·절약·저축을 얘기하는 미친놈'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초창기 신협운동을 회고했다.
회계사 자격을 획득한 뒤 부산 지구 평의회 회장을 거쳐 1967년 연합회 회장이 됐고, 1973년 4월까지 6년간 6∼11대 회장으로 재임하며 1972년 8월 신협법 제정의 산파역을 맡았다. 연합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단위조합 이사장을 맡았다가 법이 제정된 뒤 가브리엘라 수녀가 강조한 '선교육 후가입' 원칙이 무너지고 성장중심주의로 쏠리자 1977년 다시 연합회 이사로 복귀했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16∼17대 신협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때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연수원을 설립했다. 1982년 종합금융회사, 상호신용금고 등의 예금자 보호를 목적으로 신용관리기금법이 만들어질 때 신협도 포함될 뻔했지만, 고인이 신협의 자율성을 주장해 제외됐다. 2003년 '참된 용기는 희망을 낳고'라는 회고록을 냈고, 2010년 동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9월9일 오전 6시15분, 장지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 02-2258-5922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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