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여자 축구 1세대' 이명화와 죽변항에서 ('동네 한 바퀴')
이만기와 이명화가 죽변항에서 만난다.
우리나라 최대의 수중 암초, 왕돌초가 있고 해양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청정 수산자원이 풍부한 경상북도 울진. 경북 동해안 끝자락에서 강원도와 접해 과거 경북 교통 오지 중 하나였던 울진은 울진 해안가를 둘러싼 동쪽 태백산맥을 수문장 삼아 깊고 맑은 동해 그대로의 환경을 지켜왔다. <동네 한 바퀴> 236번째 여정은 자신만의 새 길을 열어나가는 굳건하고도 강인한 삶의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 만선의 기쁨을 안고, 죽변항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죽변항. 동해의 중심 어항으로 사시사철 풍부한 수산물을 제공하는 죽변 바다는 ‘생태문화 관광도시’ 울진에서도 손꼽히는 어업 전진기지다. 오전 5시 30분, 일출 직전 죽변항에 도착한 이만기는 부지런히 아침을 여는 어민들을 만나는데. 그 어떤 곳보다 활기가 넘치는 포구는 그야말로 삶의 현장. 덕분에 치열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 받은 이만기는 울진에서의 힘찬 첫발을 내디딘다.
▶ 남자보다 축구! ‘공’순이의 수산물 인생 2막
대게, 오징어, 고등어, 꽁치, 명태, 가자미... 철마다 해산물들이 가득한 죽변 어시장에는 한때 ‘죽변의 딸’로 이름을 날렸던 동네 명물이 있다. 바로 여자 축구 1세대로 14년간 태극 마크를 달고 골문을 뚫었던 이명화 씨. 4년 전 어머니가 홀로 운영하는 어시장으로 와 장사를 하게 됐다는 그녀는 화려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이곳에서 또 다른 인생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올해 나이 51, 이제는 무뎌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축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는 명화 씨에게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짝사랑과 같다는데. 수산물 인생 2막과 함께 시장 한 편에서 축구공을 놓지 못하는 그녀의 진짜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오랜 세월에도 변치 않는 명화 씨의 축구 사랑을 들어본다.
▶ 비밀의 항구에서 만난 울진 문어 파스타
울진에서도 비밀의 항구라 불리는 공세항. 주변에 이렇다 할 가게도 별로 없는 바다 앞 한적한 도로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3년 전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가 산다. 이들이 이토록 멀고 외진 곳에 가게를 지은 것은 울진이 고향인 남편의 오랜 꿈이었다는데. 그렇게 가게를 연 지 6개월 차, 부부는 모든 걸 잃을 뻔한 위기를 겪게 됐다는데. 새 길을 닦아나가는 부부의 울진 문어 파스타를 맛본다.
▶ 친정 같은 바다가 좋더라~ 죽변의 마지막 해녀들
예부터 바다 맑은 동네엔 해녀가 사는 법. 울진 죽변엔 소위 ‘출장’ 나왔다가 터 잡은 제주 해녀들이 많았다는데. 한때 매일 3개 조로 나눠 바다에 나갈 정도였다는 죽변 해녀들은 이제 딱 5명. 일명 ‘죽변의 마지막 해녀들’로 불리는 이들은 50년 세월 바다를 집처럼 오가며 이곳이 친정보다 좋다, 하고 산단다. 무릎이며, 손이며 어디 하나 성한 데는 없지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바다에 나가는 이유는 누구도 못 말릴 그 책임감 때문. 억척 해녀 4총사의 바다 인생을 따라가 본다.
▶ 산불 이후 두천 마을에서 생긴 일
2022년 9월, 9박 10일간 이어진 산불을 겪었던 울진 북면 주민들. 산불의 발화지로 큰 피해를 입었던 두천 마을에는 산불 이후 달라진 일이 있었단다. 바로 37가구 54명의 주민이 매일 꼭 한 끼를 함께 하기로 한 것인데. 피를 나눈 한 식구도 모여 밥 한 끼 먹기 힘든 시대에 짜다, 시다, 맵다 등 제각기 입맛에 맞춰 주민들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밥 먹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전례 없던 화합의 장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산다는 두천 마을 사람들.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 이들의 한 끼를 함께 해본다.
▶ 원망이 용서로, 50년 시장 묵 집
과거 울진을 가르는 백두대간 중 높고 험한 길이 12 고개라, ‘십이령길’로 불린 고개는 특히 ‘바지게꾼’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오갔다. 울진읍의 바지게 시장은 이 바지게꾼들의 애환이 담긴 유서 깊은 시장이기도 하다. 바지게 시장 안에는 소위 ‘현지인 맛집’이라 불리는 5천 원 묵 집이 있는데 이곳을 50년간 지킨 주인은 무려 열네 살 때부터 이곳에서 묵을 만들어 팔았다고. 6남매 맏딸로 태어나 어머니 대신 가게 주인 노릇을 도맡아 했던 그녀는 때론 어머니를 원망하며 묵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이곳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단다. 원망이 용서가 되고, 미움이 사랑이 되는 동안 열네 살 묵 집 주인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그래도 요즘에는 떠난 어머니가 사무치도록 그립다는 묵 집 주인의 추억을 들어본다.
▶ ‘경.단.녀’ 엄마들의 꿈! 대게 누룽지 크로켓
울진읍을 걷다 들른 작은 가게에는 전국 유일 ‘대게 누룽지 크로켓’을 판다. 울진의 특산물을 활용, 치즈 빼고는 전부 국내산 그중에서도 울진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 가게의 직원은 무려 8명. 공통점은 모두 울진 엄마로 3~4개월 전까지는 흔히 말하는 ‘경단녀’, 즉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것이다. 각자 시작한 계기는 다르지만, 이곳을 디딤돌 삼아 더 큰 꿈을 꾸고 싶다는 엄마들. 새로운 삶을 향해 당차게 걸어가는 엄마들의 도전을 응원해본다.
▶ 가자미 부부의 ‘당신은 내 운명’
동해안 한가운데 위치한 울진은 대표적인 가자미 특산지. 그중에서도 노란 줄이 있는 동해 참가자미는 석호항의 자랑인데. 특히 이 동네에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김대식, 정두순 씨가 살고 있다고. 서울 방직 골목 전파사에서 말단 직원과 손님으로 운명처럼 만나 4년의 연애 끝에 한 가정을 이룬 부부는 IMF 이후 가세가 기울었고 보름 만에 시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와 맨몸 하나 믿고 배를 타기 시작했단다. 가진 것 없이 해본 적도 없던 뱃일을 해야 했던 남편이 안타까웠을까, 아내는 남편 몰래 막일에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큰 사고를 당했다는데. 그 이후로 아내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더 가까워졌다는 부부. 참가자미 한 상과 함께, 단단해진 부부의 사랑을 느껴본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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