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은욱 레베뉴마켓 대표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열어주겠다"[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2023. 9. 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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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상 매출채권 기반 대출 서비스 레베뉴마켓
기업가치 하락과 지분 희석 우려 없어… 빠른 자금 조달도 장점
자본시장 냉각기 투자 유치 어려움 겪는 스타트업 사이에서 각광
이 기사는 09월 07일 16: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선택지를 늘리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도은욱 레베뉴마켓(법인명 버티카) 대표(33·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국내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사실상 지분을 내주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법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목적지에 갈 땐 택시를 타도 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도 있어야 하는데 국내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이라는 목적지에 갈 땐 투자 유치란 선택지밖에 없다는 게 도 대표가 매출채권 거래 플랫폼 '레베뉴마켓'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홍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꿈꾸던 글로벌 투자은행에 입사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모건스탠리 입사 동기인 임영빈 버티카 CIO와 함께 입사 2년 만에 회사 문을 제 발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무작정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혁신은 결국 스타트업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돈이었다. 도 대표는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자금 조달이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흔한 자금 조달 방식이지만 한국엔 낯설던 벤처 대출을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벤처 대출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다. 유형자산이 없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부실기업에 가까워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벤처캐피탈(VC) 등에 지분을 내주고 자금을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벤처 대출은 이런 스타트업에 이자를 받고 자금을 대출해주고, 소량의 지분 인수 권한을 함께 받는다. 미국에선 지난해 기준 벤처 대출 시장 규모가 이미 47조원에 달했다.

레베뉴마켓은 벤처 대출 중에서도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래에 일어날 매출을 판매해서 자금을 미리 끌어 쓰는 개념이다. 어음할인과 비슷하다. 벤처 대출은 특히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얼어붙을 때 빛을 발한다. 도 대표는 "벤처 대출은 지분 투자할 때처럼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자본시장 냉각기에 기업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분 투자가 아니다 보니 창업자와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될 우려도 없다. 자금 조달 속도가 지분 투자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연동하면 레베뉴마켓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사를 진행해 2분 만에 매출채권 판매 가능 여부와 자금 제공 한도 등을 도출한다. 심사만 통과하면 자금은 48시간 이내에 입금한다.

일각에선 자산도 없고,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는 건 위험하지 않으냐는 우려도 있지만 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이 가장 확실한 담보"라는 게 도 대표의 주장이다. 버티카는 신용평가업계의 권위자인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레베뉴마켓의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었다.

버티카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실제 기업의 사례를 넣어 평가모델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65개 벤처기업에 155억원을 제공하는 동안 레베뉴마켓의 부실률은 0.5%에 불과했다. 도 대표는 "시시각각 기업의 상황이 변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한 분기 단위 재무제표보다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파악하는 게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고 가치를 산정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 대표는 자금 조달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편견을 깨는 게 목표다. 그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쓰듯이 스타트업이 쉽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해 쓸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레베뉴마켓을 시작으로 더 큰 기회도 엿보고 있다. 버티카는 현재 매출 채권 거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금융회사가 아닌 데이터 회사라고 정의한다.

도 대표는 "지금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매출채권 거래가 주요 사업 모델이지만 벤처기업의 원천 데이터에서 추출한 현금흐름 정보를 활용하면 향후 여러 사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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