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석 측면-이순민 공미-이기제 풀백' 재택논란 클린스만 감독, 과연 선수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제대로 선수를 파악하고 있는걸까.
'해트트릭' 손흥민과 '발롱 후보' 김민재까지 총출동했지만, 끝내 승리의 길은 열리지 않았다. 클린스만호가 또 다시 승리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8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5년6개월만에 유럽원정에 나선 한국축구는 웨일스와 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지만, 고전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상대의 두터운 수비를 뚫어낼 해법을 찾지 못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유럽파를 총출동시켰지만, 이번에도 불안가을 떨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앞서 3월 콜롬비아(2대2 무), 우루과이(1대2 패), 6월 페루(0대1 패), 엘살바도르(1대1 무)전울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4전5기를 노렸지만, 이번에도 첫 승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졸전이었다. 핑계는 없었다. 대표팀의 핵심 자원인 유럽파들은 지난 주말 펄펄 날았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3일 번리전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왼쪽 날개에서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긴 손흥민은 마수걸이 골을 해트트릭으로 장식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주춤했던 황희찬 역시 크리스탈팰리스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8일만에 전격적으로 부상 복귀에 성공한 황희찬은 이날 후반 15분 교체 투입, 그라운드를 밟은 지 5분 만에 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19일 브라이턴과의 2라운드에서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데 이어 다시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벨기에 헨트의 홍현석은 3일 클뤼프 브뤼헤전서 2골을 몰아쳤고, 조규성도 4일 오르후스전서 덴마크 진출 이후 첫 도움을 기록했다. 8월초 종아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했던 오현규는 3일 레인저스와 '올드펌 더비'에 출전해 1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양현준도 경기에 나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 김민재 역시 3일 열린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전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를 알렸다.
이강인을 제외한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점은 웨일스전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더욱이 유럽에서 치러지는만큼, 유럽파 선수들에게 이동 문제도 없다. 여기에 이순민(광주FC)을 비롯한 K리거들도 시즌 말미로 넘어가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연 최상의 선수 선발이었냐' 하는 의문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분명 컨디션적으로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최상의 전력이었다.
문제는 전술이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상이었지만, 정작 최고의 퍼포먼스를 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날개로 배치했다.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을 측면에 두며, 중앙과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혔다. 좌우 풀백에는 오버래핑이 좋은 이기제(수원 삼성)과 설영우(울산 현대)가 포진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가 됐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전혀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지 못했다. 둘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기회를 만들려고 했지만, 부분 전술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만든 형태에서는 둘의 장점인 짧은 패스에 이은 연계를 활용할 수 없었다. 돌파력과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두 선수 입장에서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홍현석은 헨트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손흥민을 중앙에 기용하며 홍현석이 이 자리에 뛸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후반 교체 투입 등으로 변화를 줄 수 있었다. 홍현석은 자신의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채, 국가대표 선발 데뷔전을 망쳤다.
이순민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이순민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황인범과 교체돼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황인범의 자리에 그대로 뒀다. 후반 클린스만호는 황인범의 위치를 올려 4-1-4-1로 전형을 바꿨다. 이순민은 멀티 자원이지만, 아주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이순민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한칸 아래에서 많은 활동량을 주는게 맞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공격적으로 두며 그를 반밖에 쓰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알 아인)가 근육 경련으로 교체되자, 이순민을 원래 자리에 뒀다.
여기에 K리그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이기제와 정승현(울산 현대)을 택한 것도 아쉬웠다. 이기제는 수원에서도 수비 불안을 보였고, 정승현 역시 울산에서 집중력 부재로 김기희에 주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두 선수는 이날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아쉬운 선수 기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페루전에서 안현범(전북 현대)을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안현범은 포백의 풀백이 아닌 스리백의 윙백에 익숙한 선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에게 수비적인 롤을 맡겼다. 당연히 선수가 버거워할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이 장점인 선수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으니 경기가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안현범은 최악의 부진 끝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가 비판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선수단에 공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시대가 달라진만큼 다른 방식으로 선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이순민을 얼마나 지켜봤을까. 그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을까. 이미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기용할리가 만무하다. 이번 웨일스전 졸전의 비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손흥민-김민재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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