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출신 여성 훈련사, 박효진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교수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2023. 9. 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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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는 사람 사이에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하물며 종이 다른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서로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박효진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동물과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은 필수”라고 말한다. 

박효진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교수와 그의 반려견 럭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최근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면 큰 지출도 아끼지 않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여기는 '펫휴머니제이션’, 반려동물 산업인 '펫코노미’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반려견 전용 오마카세인 '개마카세’나 호캉스보다 비싼 '개캉스’ 패키지의 등장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반려동물 훈련·교육 분야도 전문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증 시험이 치러질 전망이다. 여러 대학에 개설된 반려동물 관련 학과는 매해 입시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칼빈대학교는 국내 최초 4년제 반려동물학과를 운영하는 사립대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수진을 구성해 반려동물 전문 인력을 배출해내고 있다.

이 중심에는 반려동물 훈련 전임교수인 박효진 교수가 있다. 박 교수는 여성 훈련사이자 박사 출신 교수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훈련법을 제시해 학생과 반려동물 보호자 모두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칼빈대 캠퍼스에서 만난 박 교수는 '훈련사’ 하면 떠오르는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반려동물 훈련사라고 하면 강인한 면모를 떠올리게 되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라 놀랐습니다.

‘훈련’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군사훈련이나 운동선수들이 하는 훈련이 먼저 떠오르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연상되기 때문에 으레 훈련사도 남성이라고 생각하죠. 실제로 동물 훈련을 몸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에는 남성 훈련사가 주였어요. 최근에는 동물 훈련 트렌드가 바뀌고, 직업적 성차별이 무너지면서 여성 훈련사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학과에서도 과거에는 여학생은 주로 애견 미용을, 남학생이 애견 훈련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애견 훈련을 택하는 여학생과 애견 미용을 전공하는 남학생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물 훈련 트렌드도 시대를 타는군요. 요즘 트렌드는 뭔가요.

최근에는 동물 훈련이 줄을 잡아당기고 제압하는 등의 방식에서 벗어나 동물이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긍정 강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또 요즘 보호자들은 책이나 동영상을 통해 배워서 훈련사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과거에는 '훈련만 잘된다면 좋다’는 분위기라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제는 훈련 결과뿐 아니라 훈련 방식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피는 추세입니다.

여성 훈련사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남성 훈련사는 덩치 큰 개든 공격성 있는 개든 잘 다루고, 힘든 일을 척척 해나간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그러나 보호자에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섬세한 서비스와 감성적 공감 능력은 여성 훈련사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동물과 사람이 모두 행복한 솔루션, '교육’

실내 훈련장에서 반려동물 훈련 중인 박효진 칼빈대 교수와 학생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여러 사회적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개 물림 사고나 개 짖는 소리 피해를 일컫는 '층견소음’이 늘어나고, 동물 유기도 발생한다.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펫티켓 캠페인을 벌이거나 찾아가는 동물 훈련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있는 동물 훈련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반려동물 훈련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부지런해야 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나태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안 돼요. 동물 관리가 잘되어 있어야 훈련의 결과도 좋거든요. 동물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훈련도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일관성이에요. 개를 좋아해서 이 직업을 택했지만, 일이 되면 매일 좋을 수는 없어요. 힘든 순간이 올 때면 '내가 이 직업을 왜 택했는지’ '내가 얼마나 간절히 동물을 좋아했는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생명 존중 사상입니다. 동물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훈련도 중요하지만 동물의 심리와 건강, 즉 동물복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훈련사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 동물 학대와 동물유기를 예방합니다.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상당수는 문제 행동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유기견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운이 좋게 입양이 됐다고 해도 입양과 파양을 반복해 겪다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버려진 개 중 일부는 들개가 되어 산 주위를 배회하며 민가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요.

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사회, 문화적 현상을 뜻하는 '펫휴머니제이션’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훈련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교육과 훈련엔 펫휴머니제이션은 없습니다. 동물의 종 특이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반려견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개라는 동물에게는 당연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보호자들이 많이 불편해하는 문제 행동은 개나 고양이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 행동이거든요. 동물을 사람으로 보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이죠. 훈련사에게 펫휴머니제이션은 보호자의 입장을 헤아려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라는 뜻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만큼이나 반려인을 위한 교육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 사전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쁜 모습만 보고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강아지를 데려왔다가는 이해 부족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과 강아지는 종이 달라요. 말이 통하는 사람들도 결혼 초반에는 엄청나게 싸우는데, 심지어 서로 다른 종이니 더 쉽지 않아요. 소통하기 위한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개는 사람의 언어를 배우고, 사람은 개의 언어를 배우는 거예요. 외국의 경우 자치주마다 운영하는 법안이 다르지만, 대부분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사전 의무교육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나요.

반려동물이 문제 행동을 할 때 세 가지를 봐요. 개와 보호자, 환경이요. 사람에게도 환경이 중요하지만, 동물에게는 훨씬 더 중요해요. 보호자도 괜찮고 개도 착한데 환경 때문에 문제 행동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반려견을 키우려면 '개는 개다’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개니까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고 견종에 대해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주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면 미끄럽지 않은 바닥, 넓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등이요. 만약 집이 좁다면 산책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 등을 고려한다면 문제 행동을 확연히 줄일 수 있어요. 집의 구조도 중요해요. 배변판이 놓인 자리만 바꾸어도 배변 훈련이 수월해질 수 있고, 개집의 위치를 옮기면 예민한 행동이 사라질 수 있거든요.

반려동물이 받을 수 있는 훈련 종류가 다양하다고요.

훈련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우선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받는 기본적인 교육이에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룰이 있어요. 사람을 물어서는 안 되고, 배변은 아무 데서나 하면 안 되고, 아무 때나 짖어서도 안 됩니다. 이러한 룰을 지키기 위한 교육이 가장 기본적이죠. 두 번째는 개와 보호자가 함께하는 스포츠 훈련이에요. 예를 들면 원반던지기나 장애물 어질리티를 통해 서로 교감하는 훈련이에요. 마지막으로 특수목적견 교육이에요. 군견, 마약 탐지견, 경비견 등 직업적 역할을 하는 동물을 위한 훈련이죠. 각각의 훈련마다 접근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반려동물의 훈련은 언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종종 "저희 반려견이 나이가 많은데 훈련받으면 문제 행동을 고칠 수 있을까요?" 하는 문의를 받아요. 교육은 어느 시점에 시작해도 좋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연령과 문제 행동 지속 기간에 따라 들여야 하는 노력과 열정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훈련 센터를 찾는 보호자 중엔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문제 행동을 교정하려고 시도해본 분이 많아요. 이미 다 시도해 봤는데 도저히 안 돼서 오신 분들이죠. 그런 상태라면 문제 행동이 이미 굳어진 경우가 많아요. 가장 좋은 건 문제 행동을 고치기보다는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간혹 반려동물을 입양하자마자 훈련하려는 보호자들이 있어요. 입양하기 2~3년 전부터 조언을 구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반려동물을 입양하자마자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교육을 받는다면, 대부분 2~3개월 후에는 좋은 습관이 형성돼 성견이 되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여성’이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

박 교수는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미용예술학을 전공했으나 중퇴했고,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30대 초반까지 한국어 교사, 여행사·광고회사 직원, 하와이안항공 승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쳤다. 그러던 중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이후 삶이 달라졌다. 그는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인간은 매일 동물의 죽음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동물이 행복한 사회, 그로 인해 사람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뒤늦게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반려동물계열 전공으로 입학했고, 전 학기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애견 학교에 입사해 5년간 훈련 총괄팀장으로 근무했다. 연기 학교를 운영하며 유기견을 훈련해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여성 훈련사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훈련소와 훈련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어요. 훈련소에 훈련을 의뢰하는 고객은 다양하지만 계약자 서명을 보면 여성의 수가 훨씬 많아요. 특히 여성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히 동물이 아니잖아요. 자식이자 가족이거든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어요. '만일 내가 내 자식과 같은 개를 맡긴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떠올려봤죠.

반려동물 훈련에서 바꾼 것들도 많다고요.

기존의 훈련소는 용어부터 딱딱했어요. 훈련소, 입소, 퇴소, 면회, 견주처럼 군대 용어가 생각나죠. 우선 훈련소를 애견 학교(반려견 학교), 담당 훈련사를 담당 선생님, 훈련을 교육, 견주를 보호자, 면회를 방문, 입소를 입학 등으로 바꾸었죠. 훈련사 옷차림도 밝고 깨끗한 유니폼으로 바꾸고, 보호자가 요구하기 전에 개의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냈어요. 아이들 유치원처럼 반려견 생일잔치도 해주고, 운동회나 일일 특강을 진행하며 보호자와 소통하고, 교육과 훈련에 대한 중요성을 부드러운 방식으로 강조했습니다.

보호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기존 훈련소에선 훈련사가 반려동물을 훈련해놓으면 고객이 시간 있을 때 한 번씩 들러 반려견이 훈련이 잘됐는지 확인하는 구조였어요. 고객은 감시하고 훈련사는 검토받는 구조라 고객이 훈련사에 대한 존중이 적었죠. 그래서 훈련을 의뢰할 때 무조건 보호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직접 교육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이었으니 고객 반발은 거셌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러한 방침은 오히려 큰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보호자 의무교육을 받으며 매주 한 번씩 보호자가 직접 훈련한 개들은 교육된 행동이 오래 유지됐어요. 다시 문제 행동이 발생하더라도 보호자가 이미 그에 대처할 수 있거든요.

박 교수는 훈련사 활동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2017년부터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 상지대학교, 삼육대학교 등에서 외래교수와 강사로 일했다. 삼육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훈련 전임교수로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

훈련사, 애견 미용사 외에도 반려동물 관련한 일자리가 많다고요.

반려동물 산업은 무궁무진합니다. 반려동물 교육이나 케어 서비스, 펫로스 증후군에 관한 상담까지 다양해요. 주간 보호 시스템인 애견 유치원, 보호자 부재 시 반려동물을 돌봐주거나 산책을 시키는 펫 시터 등은 이미 대중화되어 있고요. 반려동물 음식도 화식, 생식, 간식 등으로 세분화해 발전하고 있어요. 강아지 피부 보습제나 아로마테라피 등 상품도 출시되고, 강아지 재활치료부터 자세 교정까지 해주는 도그 피트니스도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 실버 사업인 노령견 케어 서비스도 발달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이미 강아지 요양원이 인기가 높아요.

반려동물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요.

저를 거쳐 간 모든 학생이 반려동물산업 분야에서 일할 때 초심을 잃지 않고,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직접 구조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고, 후원금을 받아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교육으로 동물복지를 실천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은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거든요. 앞으로 동물 전문가가 될 수많은 학생을, 지식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동물을 대하는 법과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춘 인재로 키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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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영철 기자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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