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테크] 에어프라이어의 촉촉한 진화, 풀무원 스팀쿡 에어프라이어 사용기

문영훈 기자 2023. 9.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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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 기자가 글(文)로 푸는 알기 쉬운 테크 제품 리뷰

마음 속 장바구니에 오래 담겨 있었다. 에어프라이어에 대한 상찬은 많이 접했지만 튀긴 음식 소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하지만 스팀 기능도 되는 에어프라이어라니. 2023년형 풀무원 스팀쿡 에어프라이어를 한 달간 사용해봤다.

2023년형 풀무원 스팀쿡 에어프라이어.
배달 음식과 냉동식품이 '집밥’의 7할 이상을 차지하는 자취생에게 새로운 필수 가전이 생겼다. 간편하게 튀김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 어제 먹다 냉장고에 넣어둔 치킨을 갓 시킨 것처럼 만들어주고, 가스레인지 부근을 엉망으로 만드는 삼겹살을 알맞게 구워준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체지방률이 평균 이상이므로 꾹 참고 있었다. 그러다 에어프라이어 사용기 제안이 들어왔다. 한 달 사용해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풀무원 '스팀쿡 에어프라이어’(스팀쿡)는 에어프라이어 시장에서 고급형에 속한다. 초창기 에어프라이어는 대개 바스켓 형태가 많았다. 2010년 필립스가 처음 내놓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에어프라이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븐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식품에서 가전으로 필드를 확장한 풀무원 역시 2021년 6월 스팀쿡을 내놨다. 6개월 만에 1만 대를 판매하며 풀무원의 효자상품이 된 스팀쿡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팀 기능을 추가한 오븐형 에어프라이어다.

에어프라이어는 음식 주위로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음식을 데우는 방식을 쓴다. 이름은 프라이어지만 원리는 오븐에 가깝다. 열풍을 이용하다보니 겉이 바삭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음식이 건조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팀쿡은 그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100℃ 고온 스팀 기능을 추가했다.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빼고 찜기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기자가 제공받은 제품은 2023년형 버전으로 이 기능을 특화해 채소찜, 찐달걀 조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에어프라이어로 만든 리코타 치즈 연어 구이.
박스를 뜯자마자 처음 들었던 느낌은 '생각보다 크다’였다. 밥솥 정도 크기의 바스켓형 에어프라이어만 봤던 탓일까. 가로 33㎝, 세로 36.2㎝, 깊이 36.2㎝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스팀쿡을 주방에 놓으니 꽤 큰 부피를 차지했다. 내부 용량은 10.5L로 8호 닭(751~850g)을 통째로 구울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블랙과 화이트로 이뤄진 깔끔한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스팀쿡 뒤쪽에는 열기와 스팀이 빠져나갈 배기구와 물을 넣을 물탱크가 있다.

지금까지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없었기 때문에 장을 볼 때 냉동식품의 절반을 포기하고 살았다. 스팀쿡 도착에 맞춰 미리 주문해 둔 냉동 돈가스, 냉동 순살 후라이드 치킨, 치킨 너겟을 금속 트레이에 쏟아붓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12분 뒤, 기름과의 전쟁 없이 바삭한 튀김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아참,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할 때 집게는 필수다. 아무 생각 없이 금속 트레이를 손으로 만졌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비명을 질렀다.

한 지인이 에어프라이어로 목살을 구워먹으면 극락에 간다고 했다. 스팀쿡 리뷰를 핑계 삼아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핏물을 뺀 돼지 목살을 트레이에 올리고 20분을 기다렸다. 두꺼운 돼지고기는 속까지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관건인데, 미리 잘라두지 않아도 잘 익었다. 고기를 자르니 육즙이 쏟아져 나왔다. 2차로 화이트 와인과 먹을 연어도 구워보기로 했다. 본격 먹방 유튜버로 거듭난 성시경의 '연어 오븐구이’ 레시피를 참고했다. 어차피 원리는 유사하니 오븐이나 에어프라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연어와 양파, 파프리카 감자 등 야채와 함께 리코타 치즈를 올려 구웠다. 함께 넣은 바질이 바싹 타버렸다는 것 외에는 꽤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사용자가 직접 온도와 시간을 설정할 수도 있지만 스팀쿡은 친절하게 자동 메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계기창에 귀여운 그림으로 된 삼겹살, 치킨, 찐달걀 등의 버튼을 누르면 각각 알맞게 익혀준다. 식품 기업으로 출발한 회사답게 자회사 출신 식품을 위한 풀무원 자동 메뉴도 있으니 참고하자. 풀무원 김치 만두를 넣고 찐만두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자 시장 만두집 찜기에서 바로 익힌 것 같은 만두가 나왔다.

오븐형 에어프라이어의 단점 중 하나는 청소가 까다롭다는 것. 에어프라이어가 '열일’하는 사이 내부 구석구석으로 튀어나간 기름기를 닦아내는 일은 매우 귀찮다. 이때 고온 스팀의 장점이 다시 한 번 발휘된다. 돈가스와 남은 치킨을 데워 내부에서 기름 냄새가 스멀스멀 나기 시작할 때 사용한 트레이와 그릴망을 넣고 스팀 세척 버튼을 눌렀다. 20분 뒤, 스팀쿡 내부는 키친 타올로 몇 번 닦아주면 될 만큼 기름때가 잘 녹여져 있었다. 기름과 습기가 빠져 나오는 배기구 역시 이 기능을 통해 청소할 수 있다. 제품과 함께 제공한 트레이와 그릴, 제품 내부는 모두 내구성이 강한 SUS304 스테인리스로 돼 있어 위생적이다.

그래서 사, 말아?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돼지 목살.
이커머스 쇼핑몰에 에어프라이어를 검색하면 5만 원 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당근’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정가가 25만9000원인 스팀쿡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물론 이커머스에선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찜기, 에어프라이어, 오븐을 겸하는 기능과 자동 세척이 가능한 편리성은 자취생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미니 오븐처럼 생긴 블랙 앤 화이트의 디자인도 주방과 잘 어울렸다. 오히려 정가에서 4만 원을 더 얹으면 구입할 수 있는 스팀쿡 로티세리 제품이 궁금해졌다. 집에서도 돼지 바비큐나 닭을 돌려가며 구울 수 있다니. 트럭 뒤편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통닭이 그립다면 로티세리 버전도 고려해보길 바란다.

필자소개: 3년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기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기술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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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영훈 기자
사진제공 풀무원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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