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국판 신창원? '게걸음' 탈옥 후 경찰 농락

남승모 기자 2023. 9.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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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과 FOX뉴스 등 미국 방송들이 며칠 사이 탈옥범 뉴스를 전하느라 분주합니다. 기상천외한 탈옥장면에서부터 탈옥 후 신출귀몰하는 모습, 여기에 과거 그의 잔혹한 범행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인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브라질 출신 34살 카발칸테로 지난 주 목요일 미 펜실베이니아 주 체스터 카운티 교도소를 탈출한 뒤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게걸음'으로 탈옥…상상 초월

사법 당국은 그를 공개 수배하며 탈옥 장면을 공개했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냈나 싶을 정도입니다. 영상 속에서 카발칸테는 교도소 운동 시간 도중 건물 구석에서 주변을 살피다 돌연 두 벽 사이에 팔과 다리를 뻗어 몸을 지면과 수평으로 만든 뒤 게걸음 걷듯 건물 위로 한 발씩 차근차근 올라갔습니다. 교도소 당국은 그가 지붕을 통해 빠져 나간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탈옥 후 몇 건의 목격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에게 발각돼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해만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탈옥 후 그는 며칠 동안 교도소 부근 반경 3~4km 되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됐습니다. 왜 멀리까지 달아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인데 CCTV에 찍힌 모습을 추적해보니 전에 없었던 물품들을 갖고 있어 추가 범행을 한 게 아닌가 의심됐습니다. 경찰도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2건의 강도 사건이 카발칸테와 관련된 게 아닌 지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 목격됐습니다. 탈주범 소식에 주민 불안은 커졌고 근처 2개 지역 교육당국은 학교를 일시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자녀들 보는 앞에서…잔혹성에 경악

탈주범이란 점도 그렇지만 주민들이 더욱 불안해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의 잔혹성 때문입니다. 카발칸테는 지난 2021년 전 여자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지난 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자매에게 카발칸테가 질투심이 많고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된다면서 계속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고 이야기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행태는 결국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발칸테는 피해 여성의 7살과 4살 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마구 찔렀습니다. 이웃이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응급조치를 취하며 살리려 노력했지만 끝내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피해 여성의 아이는 사건 직후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웃 집으로 달려갔지만 밖을 내다 봤을 때 그는 이미 범행을 마치고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뒤 카발칸테는 버지니아에서 체포됐고 1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범행 당시, 카발칸테는 현장에 있던 7살 아이에게 '너도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여성의 자매도 그가 탈옥한 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다가도 깰 만큼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경찰이 그를 잡을 거라 믿고 견디고 있습니다. 카발란테는 앞서 지난 2017년에도 브라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수배자이기도 합니다. 사법당국과 전문가들은 혹여 그를 발견하더라도 결코 다가가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탈옥범, 잃을 게 없다"…더욱 위험한 이유

한 전직 미 연방수사국 요원은 "카발란테는 잃을 게 없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고 탈옥했고 지금 또 다른 자유를 맛보고 있다.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수색 작업에 진척이 없자 탈옥범 모친에게 아들의 자수를 권하는 육성 메시지를 받아 헬기와 순찰차에서 트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잡히면 어떤 상황이 올지 뻔히 아는 그가 과연 자수를 고민할지 미지수입니다.
경찰은 현상금 1만 달러, 우리 돈 1천 3백만 원을 걸고 그에 관한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발칸테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탈옥 초기 교도소 부근에서 출몰하다 갑자기 수십 km 밖에서 발견되면서 수색 범위가 확대됐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다시 그가 교도소 부근에 있을 거란 추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신출귀몰한 모습에 무려 907일간 탈주 행각을 벌였던 우리나라 희대의 탈옥범 신창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미 사법 당국은 카발칸테가 전 여자친구 살해 직후 모국인 브라질로 도주하려 했던 걸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브라질로 도주할 가능성이 있지만 브라질에서도 살인 사건으로 수배돼 있는 만큼 현명한 선택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도주 행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통신망이 발달한 요즘, 수사망을 끝까지 피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글이 나가는 동안 이미 잡혀 다시 수감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저 추가 피해가 없길 바랄 뿐입니다.

(출처 : CNN)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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