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노력하면 성공, 안 믿어" 비관적 인식 한국인 세계 최고

권애리 기자 2023. 9.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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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오래 한다는 평가가 있죠. 그런데 일을 한 만큼 인정도 받을 수  있느냐, 이거에 대해서는 불신이 굉장히 크다고요.

<기자>

오늘(8일) 가지고 온 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많은 조사들에서 드러났듯이 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감이 좀 낮은 편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면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결국에는 더 잘 살게 된다" 이런 말 들으면 어떤 느낌이 딱 드세요? 앵커는 동의하시나요, 이 말에?

<앵커>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기자>

그런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앵커와 생각을 같이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습니다.

성공하려면 노력만큼이나 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대체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이 말에 동의하는 한국인은 16%에 불과했고요.

무려 70%가 '성공에는 노력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 '14%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다. 운과 연줄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한국인들 여전히 OECD에서 노동 시간이 다섯 번째로 길다고 집계될 정도로 바쁜 사람들인데 정작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따라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앵커>

여기 보면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꽤 차이가 큰가 봅니다.

<기자>

우리 다음으로 노력에 대한 인식이 좀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난 독일과 일본, 그리고 여기는 없지만 그리스 사람들도 50% 정도만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운과 연줄이 노력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보는 비율까지 합쳐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10% 포인트 이상씩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낮은 편입니다.

반면에 중국과 미국 같은 나라들은 50~60% 가까이가 노력하면 결국 잘 살게 된다, 노력하면 한 만큼 보상이 따라올 거라는 인식이 절반을 훌쩍 넘었고요.

노력의 중요성에 가장 크게 동의하는 나라는 이집트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에는 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노력만큼 운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이야, 운과 연줄이 전부야 노력은 필요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쪽만 잘라서 보면 또 세계에서 가장 그 비중이 적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와 가치관의 구성이 가장 비슷한 나라가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노동과 노력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이 온전히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약한 상태, 열심히 일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체념하는 면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조사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책연구소가 어제 발표한 세계 가치관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1981년부터 정기적으로 실시되어 온 전 세계에서 연구 자료로 널리 인용되는 조사인데요.

어제 발표된 내용은 세계 24개 나라를 대상으로 지난 5년간 모은 결과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과 18년에 조사해 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가 최근 몇 년간은 일과와 삶의 균형을 찾자, 이런 분위기가 좀 커져왔지 않습니까? 이번 조사에서도 그런 면이 좀 드러났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건 어떠세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여가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이렇게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앵커>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대부분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보다 좀 많이 줄어든 느낌이죠. 전 세계적으로 봐도 딱 중간 정도, 24개국 중에서 13번째가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본인들이 제일 단호했습니다. '그건 아니다' 워라밸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일본인들의 경우에는 90%까지 됐고요.

대체로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을 비롯해서 오히려 더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먹고살 만하니까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또 워라밸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는 부분도 있겠죠.

단, 그래도 노동은 해야 된다.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영국이나 스웨덴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게을러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0%에 불과합니다. 미국도 44%에 그치고요.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74%가 그래도 일을 안 하면 게을러지는 거다,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고요. 일본은 65% 정도였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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