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던지라는데 슬라이더...LG ‘고우석 딜레마’
고집인가, 소신인가. 아니면 단순한 해프닝일까. 국내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우석(25·LG)이 갑작스레 ‘슬라이더 고집’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에게 항명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고우석은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팀이 3-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4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8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4피안타 2볼넷 4실점. 3대4 역전패를 허용했다. 마지막 KT 황재균(36)에게 맞은 끝내기 2타점 안타는 3루수 문보경(23)의 실책성 수비가 겹친 탓도 있다. 하지만 애초 마무리 투수가 3점 차에서 2점을 주고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리며 역전 빌미를 제공했다는 건 문제다.
고우석은 2019년부터 LG 붙박이 마무리로 입지를 굳혔다. 태극 마크도 여러 차례 달았고, 지난해엔 구원왕(42세이브 1위)에 올랐다. 문제는 올해다. 어깨와 허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고, 팀 훈련 합류도 늦었다. 5월 한 달간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이후 복귀했지만 위력이 떨어졌다. 잘 던졌다가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투구를 보여주다 최근에 심각해졌다. 지난달 26일 NC전에서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 6경기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10실점.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15.88이다.
고꾸라진 성적도 문제지만, KT전 이후 ‘볼 배합’과 관련한 잡음까지 불거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고우석이 장점인 강속구를 더 활용하되 슬라이더 등 변화구 비율을 줄이며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선수와 직접 면담도 했다고 한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올 시즌 고우석 직구 피안타율은 0.230인 반면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319, 우타자에겐 0.367까지 치솟는다. 고우석은 6일 등판에선 대부분 초구에 직구를 뿌렸다. 염 감독 지시를 따른 셈이다. 다만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엔 슬라이더, 커브, 커터 등 변화구를 던지다 난타당했다.
고우석은 지난 5일엔 8회에 등판, 무실점으로 1점 차 승부를 지켜냈다. 이후 “감독님이 (볼 배합에 관해) 하신 말씀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내가 고집이 있다”며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말씀하셔서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져 감독님께 보여 드려야겠다 이렇게도 생각했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항명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일부러 변화구를 더 던져 감독 지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LG 팀 선배이기도 한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은 “고우석이 솔직하게 다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가볍게 말한 게 공교롭게도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항명 등을 할) 그럴 선수가 아니다. 사실 이 경기에선 마지막 문보경의 실책성 플레이에 (역전패) 초점이 맞춰지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고우석 볼 배합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미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고우석은 이 경기에서 초구로 전부 직구를 던졌고, 포수 리드를 따라갔다”면서 “슬라이더가 안타를 맞기도 했지만 잡아낸 것도 있기 때문에 특정 볼 배합을 고집한 건 아닌 듯하다”라고 했다. 이어 “고우석의 올 시즌 구위가 나빠졌다기보단 타자들이 적응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염 감독은 나중에 “(고)우석이가 따로 찾아와서 미안해했다. 우리 큰아들(고우석)이 와서 ‘아버지 죄송합니다’라고 하니까 고마웠다”고 하는 등 둘 사이의 신경전을 부인했다.
7일 선두 LG는 수원에서 2위 KT를 11대4로 완파하며 3연전을 위닝 시리즈(2승1패)로 마무리 지었다. 게임 차는 6.5경기로 벌렸다. 잠실에선 6위 두산이 5위 KIA를 3대0으로 따돌리며 KIA 10연승을 저지했다. NC는 창원에서 최하위 키움을 6대1로 격파하며 이날 한화에 3대4로 진 SSG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롯데는 울산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삼성을 2대1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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