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상 첫 '파업' 먹구름…노조 요구안 보니
총 86개안 요구…연봉 9500만원 인상 수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K-노사문화를 만들겠다. -지난 3월 포스코 노조위원장 언론 인터뷰 -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어려움을 겪었던 포스코에 이번에는 '파업'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현재 포스코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파업을 진행하면 이는 포스코 역사상 첫 노조파업이다. 사측은 노조와 지속적인 협상 및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 파업 수순 돌입
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 노동조합은 지난 8월 23일 진행된 사측과의 20차 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20차 교섭에서 포스코 노조의 86개 요구사항 중 38건에 대한 사측 제시안을 전달했다. 그 외 5건도 추가로 제시했다. 쟁점인 임금인상률 등은 차기 교섭에서 제시할 예정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는 사측이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포스코노조는 교섭 결렬 이후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교섭이 결렬된 상황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쟁의행위가 가결되고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면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노조는 향후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쟁의대책위원회 출범과 쟁의발생 결의 등 안건을 의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사간에 깊이 있게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한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며 “회사는 포스코노조에 교섭결렬 철회 및 교섭에 복귀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원만한 교섭 진행을 위해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 이후에도 두 차례 공문을 보내 교섭복귀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에는 사측 교섭대표가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교섭복귀를 설득했다. 지난 4일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명의로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간 소통을 당부하는 서한을 전 직원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사측 고민이유 '1인당 연봉 9500만원 인상 수준'
현재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 총 86건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사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에 따르면 포스코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이는 포스코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포스코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2022년 공시기준 1억800만원이다. 노조 요구안에 따르면 1인당 약 9500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셈이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난감해하는 것은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포스코는 작년 힌남노 태풍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포스코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세계적 경기 침체, 중국 철강 수요 감소 등 외부 환경도 악화하고 있어 당분간 포스코의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포스코 관계자는 “힌남노 수해복구 기간 고객사 이탈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해 회복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며 “당시 이탈한 일부 고객사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시 기간 산업 '흔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사상 첫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어서다. 따라서 포스코가 멈춘다면 그 피해는 우리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힌남노 태풍 피해로 포항제철소 침수 당시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후방 연관산업 전체가 크게 휘청인 바 있다.
포스코는 일관제철소 특성상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하는 연속 조업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라도 조업이 중단될 경우 전후 공정에 영향을 미치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지난 60년간, 유럽에서도 지난 30년간 일관제철소만큼은 파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노사 갈등으로 조업이 중단된 철강사들의 경우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기도 했다. 한때 세계철강업을 주도했던 영국의 브리티시스틸은 1970년대 후반 파업을 반복했다. 103일 초장기 파업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로에서 일어난 조업 사고로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는 초대형 참사도 발생했다. 이후 브리티시스틸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몇 번의 구조조정 끝에 결국 소규모 철강사로 전락했다.
포스코는 생산량의 5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해외 고객사만 2400여 개에 이른다. 포스코가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공급 차질 발생시 즉시 계약이 종료되는 제품이 많다. 더불어 납기 지연에 대해 막대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품도 있다.
"노조, 사회적 책임 다해야"
포스코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자 업계에서는 포스코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포스코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국내 상위 5% 수준이다. 따라서 포스코 노조는 이익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원하청 격차 해소 등 노조의 근본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원·하청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도 지난 2018년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이후 지속적으로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포스코의 이런 노력들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김재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장은 “포스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협력업체의 고용과 근로조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원청인 포스코 노조가 무리하게 자신의 몫만을 고집한다면 원·하청간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물론 이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지난 13년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 심화, 탄소중립 시대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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