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김만배가 이재명을 부렸나”
(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가 9월7일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김만배는 구속 때보다 훨씬 유명한 인물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김만배의 지명도는 대선 때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취지로 한 인터뷰가 완전 날조된 것이란 사실이 최근 검찰에서 2년 만에 밝혀지면서 급등했다. 이로써 김만배는 화천대유·천화동인을 통해 단순히 돈만 추구한 경제사범에서 이재명-윤석열 대선전에 대담하게 개입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권력사범으로 지위가 달라졌다. 호사가들 사이에 "김만배가 이재명을 부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만배는 당시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와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대장동 사업 관련자에게 커피를 타주며 수사를 무마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정작 사업 관련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자 김만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너도 먼 곳으로 가라. 시간이 지난 뒤 돌이킬 수 없을 때 아니라고 해라."
김만배의 위험하고 야심적인 대선 개입 사건
대화의 맥락상 "먼 곳"은 거짓말, "돌이킬 수 없을 때"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어느 시점을 가리키는 것 같다. 김만배는 사업 관련자에게 '너도 나처럼 큰 거짓말에 동참해라. 거짓말이 효과를 내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후 거짓말이었노라고 얘기해도 된다'라고 설득한 셈이다.
김만배의 거짓말은 가짜뉴스 제조의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악성인 ①완전한 가짜 창조하기(허위날조)에 해당한다. 가짜뉴스의 다른 제조법들은 ②사실과 가짜 혼합하기(짜깁기) ③논리를 극단화하기(궤변)다.
①의 '완전한 가짜 창조'는 피해자는 황당무계하고 분통 터지겠지만 그럴듯한 메신저가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주장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이런 유의 거짓말에 대해, 링컨 대통령이 대중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갈파한 바 있다. ②의 짜깁기는 교묘하고 정교한 거짓말, ③의 궤변은 '부분'은 진실처럼 보이나 '전체'는 허무한 거짓말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작고 안전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①의 완전한 가짜 창조는 대권권력 같은 큰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야심적이다.
역사 속 허위날조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대선 때 등장했던 '김대업 사건'이다. 김대업은 '한나라당이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취지로 선거 7개월 전 완전한 가짜뉴스를 창조했다. 검찰이 마지못해 수사에 나서고 꼼지락거리던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건 노무현 대통령 취임 2년2개월 만이었다. 김대업은 감옥에 가고 오마이뉴스 등 매체들은 1억6000만원 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큰 응징이 있다 해도 대선 결과를 바꿀 순 없는 노릇. 김만배는 아마 김대업 사건을 복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때"를 발견했을 것이다.
완전한 가짜 창조자, 죄는 큰데 자유를 얻다
김대업과 김만배의 차이라면 김대업은 정권 창출에 성공, 김만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33%포인트 차이로 이겼고, 이재명 후보는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차이. '완전한 거짓 창조'가 나라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완전한 가짜뉴스의 성공 조건도 있다. 뉴스의 발신자가 사건의 중심 인물이어야 한다. 김대업은 병역판정 업무를 하던 의무 부사관 출신이었고 '검찰의 보조 수사관' 자격으로 이회창 아들의 병역 문제를 들여다볼 위치에 있었다. 김만배는 화천대유 대주주요 천화동인 1호 소유주라는 지위였기에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언론과 여론을 흔들어 놓기에 족했다. '대선 개입'이라는 김만배의 새로운 죄가 2년 만에 추가로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김만배가 자유를 얻게 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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