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오염수 … J-뷰티와 아모레퍼시픽의 '엇갈린 운명'
창립 78주년 맞은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중국서 재도약해야”
중국 정부, 한국 단체관광 허용
J-뷰티 불매운동 반사이익 누릴까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아모레퍼시픽이 동력을 잃기 시작한 건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시작하면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흔들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자리를 꿰찬 건 시세이도 등 'J-뷰티' 브랜드였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논란에 중국에선 지금 J-뷰티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이같은 변수는 아모레퍼시픽에 기회요인이 될까.
"중국 시장에서 반드시 재도약하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 4일 창립 78주년을 맞았다.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창립 기념식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북미·유럽 등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밝혔다.
서 회장의 말처럼 아모레퍼시픽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중국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액의 76.6%(3723억원 중 2852억원)가 아시아 시장에서 나왔는데, 그중 절반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물론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펼친 결과, 북미·유럽·중동 시장에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매출 규모는 북미 739억원(이하 2023년 2분기 기준), 유럽·중동 132억원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객을 6년여 만에 허용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올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으로선 면세점 매출 회복 기회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8월 24일) 이후 중국 내에서 일본 화장품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는 점도 아모레퍼시픽에 기회요인이다. 사드 사태 이후 차갑게 식은 'K-뷰티' 자리를 꿰찬 게 시세이도 등 'J-뷰티(일본 화장품)'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8월 24일 전후 K-뷰티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8월 24일 12만4100원에서 현재(9월 6일) 5.9% 오른 13만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를 기대하기보단 설화수·라네즈 브랜드를 필두로 중국 내 이커머스 채널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의 '다시 중국' 전략은 적중할까. 기회 요인만큼 한계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은 J-뷰티 브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3위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가 최근 중국 디자이너 '펑천왕(Feng Chen Wang)'과 협업해 중국 전통 스타일의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 건 대표적 사례다.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으로 떠오른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 브랜드가 중저가 시장을 넘어서 프리미엄화를 추구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중국 화장품 브랜드 '위노나'를 운영하는 '보타니'는 지난해 첫 럭셔리 라인을 론칭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 다이어리'의 모회사 '이셴'은 프랑스 기반의 프리미엄 브랜드 '갈레닉'을 인수했다. 여기에 한중 정치관계가 여전히 껄끄럽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꾀하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선 미주·유럽 등 선진 시장에 화력을 집중해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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