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준비한걸까'... '워커홀릭 호소인' 클린스만, 전술없이 관망하다 퇴근했다[스한 이슈人]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칭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고민한다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웨일스전은 그의 말을 믿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긴 경기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3시45분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클린스만은 대표팀 부임 후 3무2패로 또다시 첫 승에 실패했다.

토트넘에서의 직전 경기서 원톱으로 나서 해트트릭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이날 미드필더로 나와 자신의 공격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이외에도 한국 대표팀 전체가 지지부진한 경기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 전까지 2무2패로 대표팀 부임 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국대보다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더 길어 외유 논란까지 발생했다.

이에 클린스만은 지난달 미국 LA의 자택에서 진행한 한국 기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내가 여러분들 앞에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쉬고 있는 건 아니다. 나도 한국 사람들처럼 '워커홀릭'이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일을 안할 때는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니 결과물인 경기를 지켜보는 것 밖에는 클린스만의 노력을 짐작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워커홀릭 호소인' 클린스만의 웨일스전은 수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클린스만은 토트넘–번리 경기에서 원톱으로 나와 해트트릭을 작렬했던 손흥민을 중원에 고립시켜 오히려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헤딩슛이 장점이 조규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두고도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살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외에도 중원에서의 패스 실수가 자주 발생했지만 클린스만은 전술의 수정 없이 아닌 선수 빠진 자리에 선수 채우는 교체로만 소극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웨일스 문전을 위협하는 장면을 단 한 차례도 만들지 못한 25분을 보내고 마침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졌다.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하는 경기는 선수 보호를 위해 전후반 중반쯤 심판의 재량으로 선수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쿨링 브레이크가 허용되는데 이 기회가 주어진 것. 선수들이 벤치에서 수분을 섭취하며 코칭스태프의 작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중들의 함성이 커 경기 진행 중에 선수들에게 지시 사항 전달하기 어려운 축구의 특성상 쿨링 브레이크는 전술 수정을 할 절호의 기회고 많은 지도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침 중계화면도 클린스만 한국 감독이 어떻게 쿨링 브레이크를 보내는지 보기 위해 단독샷으로 잡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저 멍하게 물 마시는 선수를 바라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로 앞의 손흥민에게도 아무 말도 전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코치진이 이미 말했거나, TV화면이 잡히지 않았을 때 지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TV화면에 잡힌 약 20초간 클린스만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한국은 결국 웨일스에게 골대 맞는 헤딩슛을 허용하는 등 위태로운 경기를 펼친 끝에 클린스만 체제 첫 승 사냥에 또다시 실패했다.

일을 안하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자칭 워커홀릭' 클린스만. 그가 준비한 웨일스전은 일을 하지 않은 티가 너무 났다, 사실상의 '작전 타임'이 생중계 될 때도 클린스만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