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늘지만 치료는 연 700명에게만 기회

서울문화사 2023. 9. 8. 09: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마약을 접하는 게 쉬워지자 10대 마약 사범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43명이었던 우리나라 10대 마약 사범 수는 2022년 481명으로 급증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사를 하면 다들 ‘마약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풀려나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마약에 손대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더라”

이처럼 마약 사범은 늘고 있지만, 치료 시설이 크게 부족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마약 단속 건수는 한 달에 1,500건을 넘나드는데 마약중독자가 치료를 희망해도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서울 시내에 한 곳도 없을 정도다. 그나마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병원 정도라고 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 중 유일하게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돼 병상을 갖춘 서울시립은평병원은 올해 마약 치료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한 해 50~100건가량 마약 입원 치료를 진행하던 강남을지병원도 2021년 이후 마약 관련 입원 환자를 받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마약 치료 전담 병상 2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탓도 있다. 마약 치료를 담당할 의사가 없어 입원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마약류 중독 환자 한 명의 1개월 입원 치료 비용은 500만원 정도 든다. 법적으로 마약중독 환자가 보건복지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에 치료를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료비를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지자체와 정부는 마약 치료 지원 예산을 편성해 마약 전담 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지급하고 있지만, 매년 치료비가 예산보다 많아 미지급금이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병원마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받지 못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드는 치료비를 마약 사범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신과라고 해도 안에 많은 분과가 있기 때문에 마약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며 “수입 보장이 이뤄져야 정신과 의사들이 마약중독 병원을 더 많이 만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마약중독자들은 치료를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인천참사랑병원의 경우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선 2~3개월 대기해야 한다(인천참사랑병원 외에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곳은 경남 국립부곡병원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마약류중독재활센터도 있지만, 전국에 세 곳밖에 없다. 서울(중앙)과 부산(영남권), 대전(충청권)이 유일하다. 충청권 마약류중독재활센터는 최근 문을 열었다. 이곳은 마약류 중독자 조기 발견·상담·회복·치료와 사회 복귀를 위한 중독통합관리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중앙 재활센터의 경우 일대일 상담을 포함해 미술 치료, 스트레스 관리, 자조 모임, 이야기 치료, 가족 교육, 매체 활용 치유 등 2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약 단약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인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중앙 재활센터의 프로그램 등록자 수는 626명에 달했는데, 상담사는 외부 상담자 포함 6명밖에 없다.

이 밖에도 전국 50여 곳에 종합 중독 치료센터가 있지만, 이곳은 마약보다는 알코올과 담배 중독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간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치료센터도 있지만, 대부분 후원금 부족 등으로 규모가 영세하다. 10~20명의 마약중독자를 받아 짧게는 3개월, 길면 2년 정도 생활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대부분이 운영비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민간 치료센터도 4곳에 불과하다.

사회로부터 격리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마약중독자가 연 1,000명도 안 되는 셈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마약중독자는 721명에 불과했다. 24만 명으로 추산되는 마약중독자 중 0.3%다. 이전에도 연간 500~600명에 그쳤다.

앞선 검사는 “수사를 하면 다들 ‘마약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풀려나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마약에 손대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며 “원래 알고 있던 자신의 세계와 단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아직 구비하지지 못한 것도 손봐야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