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배반하는 게 클래식의 전통… 웅장한 오르간으로 거친 질감 표현”

이정우 기자 2023. 9. 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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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않아요. 제 음악이 난해하다면 모차르트 음악도 난해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재혁은 "클래식 음악은 전통을 배반하는 것이고, 그게 클래식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최재혁은 "여러 공연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듣고, 오르간 연주자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상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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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
내달 6일 롯데콘서트홀 연주회
컴퓨터 대신 오선지에 음표 그려
“내면의 귀로 音 상상하며 곡 써”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않아요. 제 음악이 난해하다면 모차르트 음악도 난해하다고 생각합니다.”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사진)의 말은 거침없었다. 최재혁은 “클래식 음악은 전통을 배반하는 것이고, 그게 클래식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작곡가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 우리가 아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현대음악 작곡가로 분류되는 그는 ‘현대음악’이란 용어를 거부했다. 현시점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은 전통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음악이란 점에서다. 최재혁의 과감한 발언엔 실력이 뒷받침돼 있다. 그는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선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같은 무대에서 지휘하기도 했다. 각종 해외 페스티벌과 단체로부터 작곡을 위촉받는 그는 다음 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현대음악 연주회 ‘매일 클래식’에서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초연한다.

최재혁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마르코스 그리고리안의 ‘크로스로드’를 보고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며 “거칠고 폭력적인 시각적 질감을 음악으로 풀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생소한 악기였던 오르간을 중심에 뒀다. 오르간은 전문 오르가니스트가 아니면 악기를 다루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재혁은 “여러 공연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듣고, 오르간 연주자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상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울림이 크고 잔향이 긴 롯데콘서트홀의 특성을 활용해 겹치는 음향을 많이 썼고,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화려한 햇빛을 화음으로 표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재혁은 오선지에 직접 그리며 작곡을 한다. 컴퓨터 작업이 일상화된 현시점에선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는 “내면의 귀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은 계속해서 상상을 하는 것인데, 컴퓨터로 작업하면 프로그램에 적어놨던 음표들이 누르는 순간 재생이 된다”며 “상상하는 데 제한이 걸리는 것 같아서 종이가 편하다”고 말했다.

작곡과 지휘를 동시에 하는 그에게 두 작업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하자 “다르지만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휘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라면 작곡은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에요. 극과 극이지만 둘 다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죠. 손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게 지휘와 작곡이 가진 아름다운 점인 것 같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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