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 상대로 우리 수비 자랑스러워" 웨일스 감독 무실점에 자회자찬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웨일스의 롭 페이지 감독이 한국전 무승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경기 1차전에서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규성, 손흥민이 투톱에 배치됐고, 이재성, 박용우, 황인범, 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4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호흡을 맞췄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웨일스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네이선 브로드해드, 해리 윌슨, 브래넌 존슨가 공격 라인에 배치됐고, 니코 윌리엄스,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 코너 로버츠가 중원에서 짝을 이뤘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이 수비로 나섰고, 골문은 대니 워드 골키퍼가 지켰다.
경기는 주로 웨일스가 주도했다. 웨일스는 강한 압박을 펼쳐 한국이 오랜 시간 볼 소유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 여기에 중원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면서 중원 우위를 점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라인을 내렸고, 웨일스는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웨일스가 분명 잘한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전술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먼저 빌드업 체계가 엉망이었다. 이날 클린스만호의 빌드업은 단순 그자체였다. 김민재가 공을 잡으면 중앙의 황인범에게, 황인범은 좌우 측면으로 전개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원은 삭제됐고, 측면에서도 이렇다 할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건지 의심도 됐다. 이날 측면은 이재성과 홍현석이 배치됐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들이다. 중앙에 배치돼 좌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해 기회를 만들고 동료를 지원하는 유형이다. 이들에게 돌파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고, 결국 이들은 공을 잡으면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시 리턴을 내주는게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스가 나오면 웨일스에 역습이 시작됐고, 모든 선수들은 올렸던 라인을 빠르게 내리며 체력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
공격 전술도 뚜렷한 색깔이 없었다. 지난 4경기 동안 꾸준하게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내세웠던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처럼 기용했다. 해당 위치는 상대의 압박이 가장 강한 지점이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웨일스 수비 2~3명이 곧바로 압박을 펼쳤다. 선수의 장점마저 지워버린 전술이었다. 또한 최전방에 배치된 조규성은 헤더가 장점인 선수지만, 이날 날카로운 크로스는 한두 차례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90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채 아쉬움을 삼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결과에 웨일스 페이지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오늘 밤 세계 축구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손흥민을 가진 아주 좋은 팀을 상대로 선수들의 반응을 보았을 것이다. 정말 기쁘다. 우리가 수비한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자화자찬했다.
웨일스는 한국과의 맞대결을 치르기 전 12경기에서 1승 3무 8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던 팀이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한국은 단 1개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것. 페이지 감독은 "수비수 출신으로서, 우리는 박스를 정말 잘 지켜냈다. 공을 가졌을 때 긍정적인 점도 많았다"며 기뻐했다.
치욕스러운 일이다. 웨일스는 한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얻고자 하는 결과와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감독은 "나는 그들의 수비 방식과 우리가 설정한 기준으로 되돌아간 방식이 자랑스럽다. 오늘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고, 오늘 밤 그것을 해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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