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앞 '뻗치기'는 옛말, 수납도 딱 한 번만…환자 시간 아낀 '이 병원'

정심교 기자 2023. 9. 8.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향긋한 풀 냄새에 알록달록한 꽃을 보며 정원을 거닌다. 그러다 스마트폰 앱에서 푸시(PUSH) 알림이 뜨면 진료실로 이동한다. 외래환자가 진료실까지 가는 동안 응급환자와 동선이 꼬일 일은 없다. 입원환자는 병상에서 모니터를 보며 자신이 받게 될 진료의 여정을 미리 파악한다. 병상 간 간격도 넓어 몸을 구겨 들어갈 일도 없다. 바로 지난 6일 본격적으로 개소한 고려대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에서 보게 될 '환자들의 일상'이다.

서울 성북구의 상급종합병원인 고려대 안암병원이 10년간 설계, 6년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한 끝에 완성한 '메디컴플렉스 신관'은 철저히 환자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병원 건물보다 2배 가까이 커져 몸집이 커졌다. 동시에 최신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이 스며들며 '거구의 스마트병원'으로 탈바꿈했다. 곳곳에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고, 내원 환자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납을 여러 번 할 필요도, 진료 순번을 위해 '뻗치기' 할 필요도 없다. 메디컴플렉스 신관의 성공적 준공을 이끈 한승범(정형외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만나 '변신'의 배경과 미래 청사진을 들었다.

한승범(정형외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장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메디컴플렉스 신관을 환자 중심의 공간으로 설계한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Q. 메디컴플렉스 신관이 기존보다 얼마나 넓어졌나.
"메디컴플렉스 신관은 2017년 7월 착공해 6년 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공했다. 기존 병원 약 7만6000㎡에서 신관 완공 후 약 14만5000㎡로 커졌다. 기존 대비 2배 규모여서 병실 공간은 넓어졌는데, 병상 수는 그만큼 늘리지 않았다. 기존 6인실보다 더 넓은 공간에 병상은 4개만 배치했을 정도다. 이는 환자 1인당 공간을 확대해 환자의 편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기존 안암병원 본관은 1991년 600병상에서 출발해 1000병상까지 늘었다. 병상이 빼곡해지면서 환자 개인당 의료서비스를 누릴 공간이 비좁아졌다. 환자가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곳 신관은 1150병상을 갖췄다. 구관(본관)의 병실이 신관으로 이전하고, 구관은 다음 달부터 리모델링한다. 수년에 걸쳐 특수병상, 중환자실, 소아 관련 격리병동, 수술실을 많이 늘릴 계획이다. 이미 설계는 다 끝났다."
Q. 외래 환자는 1층을 출입할 수 없는데, 왜 그런가.
"일반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온 경우, 환자·내원객은 1층이 아닌 2층 로비 출입구로 들어올 수 있다. 1층은 응급의학센터가 들어서 있고, 응급환자만 드나들 수 있다. 응급환자와 일반환자의 진입 통로를 원천적으로 분리해 동선 혼잡도와 감염 위험을 낮췄다. 또 환자가 이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병목현상도 최소화했다. 채혈실,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실을 추가로 마련해 외래진료 환자의 동선 효율성을 높였다. 검사 대기 시간은 크게 줄였다. 특히 수납 절차를 간소화했다. 외래환자는 진료·검사 후 귀가하기 전 딱 한 번만 수납한다. 이는 기존 대형병원에서 여러 번 수납해야 했던 이용방식의 고정관념을 깨고, 환자의 단 1초까지도 아껴야 한다는 환자 중심 프로세스를 설계한 결과다. 참고로 서울시 동북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우리 병원은 기존 본관에 있던 응급의학센터의 공간을 새로 조성된 1층으로 확대 이전했다."
지난 6일 그랜드오픈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개소한 고려대 안암병원 신관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6일 오후 고려대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준공식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으로 공식 개소를 알렸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Q. 스마트 기술은 어떻게 적용됐나.
"우리 병원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I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의 스마트병원이라 감히 자부한다. 모든 IT는 환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와이파이를 곳곳에 깔았고, 병상마다 소형 단말기를 배치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입원 병동에선 담당 간호사가 업무공간에서 병실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입원 시 의료진은 태블릿PC를 보며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생생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입원환자는 입원 기간에 자기가 어떤 검사·치료를 받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IoT(사물인터넷)와 무선네트워크, 클라우드 기반 정밀 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 병동 솔루션을 구현했다."
Q. 외래 환자의 시간은 얼마나 단축되나.
"정확히 측정하진 않았지만, 1분 1초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동선을 최소화했다. 병원 전용 앱의 푸시(PUSH) 알림 기능이 환자에게 진료 예상 시각을 알려준다. '진료 10분 남았으니 진료실 앞에서 대기해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기존처럼 진료실 앞에서 무작정 대기하느라 환자의 진이 빠질 일이 없어졌다. 환자는 옥상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면서 힐링하다가 진료 시간 푸시 알림을 확인한 후 시간 맞춰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 우리 병원은 환자·내원객의 편의를 위한 휴식 공간, 편의시설을 확대했다. 인근 전철역부터 이어지는 공원을 조성하고 편의시설을 마련해 환자의 심리적 휴식을 도모했다. 병원 건물 내 곳곳에 다양한 편의 공간도 조성했다.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병원 생활에서 활력을 잃지 않도록 환자 입장에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다."
한승범 병원장.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Q. 어떤 질환 치료에 차별화했나.
"암 같은 난치성의 중증질환 치료를 특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금은 연구 단계에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정밀 의료'를 실현하려 한다. 3층 암병원에서는 암 종류별 특화 진료를 실시한다. 갑상선센터, 여성암센터를 비롯해 암 부위·특성에 따른 협진을 진행한다. 검사·진료·항암치료까지 한 공간에서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4층 심혈관센터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견줄 만큼 먼지 한 톨 없는 환경의 청정시술실을 갖췄다. 뇌신경센터는 신경과·신경외과·신경생리검사실 등 뇌-척추 신경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를 실현하고 있다."
Q. 암 치료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지난 4일 이곳에 'CAR-T 항암치료센터'를 개소했다.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이용한 'CAR-T(카-티) 세포 치료'는 환자의 피에서 얻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능동적으로 찾아내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변화를 한 뒤 다시 환자의 몸속에 넣는 치료법으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CAR-T 항암 세포치료는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GMP 시설 등 첨단 인프라를 갖춰야 해 국내에서는 소수의 병원에서만 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병원은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아 국내 6번째로 CAR-T 항암치료센터를 개소한 것이다. 또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방사선암 치료기 '핼시온2.0'과 국내 최초의 5세대 'ClearRT 래디잭트 X9'을 통해 환자마다 최적의 맞춤 치료계획을 세운다. 기존 장비보다 치료 시간과 영상융합 시간을 줄여 방사선량 전달 오차를 최소화하고 방사선치료의 안전성·정확성을 높였다."
지난 4일 신관 3층 암병원 내 개소한 CAR-T 항암치료센터 앞에서 의료진이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Q. 수술 인프라도 확대했나.
"수술실 역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수술실 규모 자체가 확대되는 건 물론, 실시간 수술 스테이션도 구현할 예정이다. 우리 병원은 구조상 칼 대기 어려운 방광암·전립선암·직장암 수술과 유방재건술 방면에서의 로봇수술 실력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직장암 로봇수술법' 세계 최초 개발 △입안으로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암(갑상샘암)을 치료하는 '로봇 경구 갑상선(갑상샘) 수술' 세계 최초 개발 △'근치적 방광 절제술' 아시아 최초·최다 시행 등 관련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긴 바 있다. 흉터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인 국내 최초 '로봇 유방 재건술' 등 현재까지 로봇수술을 7000례 이상 시행하며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로봇수술뿐 아니라 장기이식수술, 초고난도 대장암 수술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의료 술기를 배우러 매년 해외 의료진 50여 명이 안암병원을 방문한다."
Q. 향후 계획과 포부는.
"항암제 투여 전, 환자 개개인의 암 관련 유전체 정보를 얻어 항암제가 그 환자의 몸에 잘 맞을지 미리 테스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몸 밖에서 유전자를 배양해 항암제를 접목하는 식이다. 아직 현실화 전이지만, 우리 병원이 이 연구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CAR-T 혈액암 세포치료제'는 곧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치료제는 혈액암, 특히 난치성 소아 혈액암 환자에게서 완치율이 굉장히 높다. 우리 병원은 메디컴플렉스 오픈을 기념해 11월 17~18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전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미래 의학에 대한 논의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국제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세부 주제로 최신 지견을 공유할 수 있는 국제행사를 개최하려 한다. 이를 통해 'K-호스피탈(hospital)'로서 국제적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