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 '치악산', 영화 공개되면 논란 해결? 글쎄요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극한의 공포도, 의미도 없이 논란만이 남았다. 원주시와 갈등으로 뜻하지 않은 소동을 치른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 "영화를 보면 해결될 것"이라는 해명과 다르게 뚜껑을 열어도 갈등을 뒤집을 만한 '한 방'은 없어 보인다.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영화다.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의 리더 민준(윤균상)과 팀원들은 라이딩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치악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40년 전 치악산에서 실종된 현지(김예원)의 아버지 산장에 머물게 된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산장, 그날 밤 냉장고가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이후 이들에게는 점차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치악산'은 공개 전부터 여러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우선, 지난 8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토막 시체 등을 담은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의 이미지가 '치악산'의 새로운 공식 포스터라며 배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치악산' 측은 "공식 포스터가 아닌, 김선웅 감독이 해외 슬래셔 및 공포 장르의 영화제를 겨냥하여 개인적으로 제작한 시안"이라며 사과하고 해당 이미지를 감독 SNS 등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끝이 아니었다. '18토막 연쇄살인' 치악산 괴담을 다루는 '치악산'은 원주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해당 괴담은 실제 사건이 아니다.
원주시는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냐며 영화 제작사에 우려를 전달하고 제목 변경 등의 방안을 요구, 강력 대응에 나섰다. 실제로 '치악산' 이전에도 '곡성', '곤지암' 등 실제 지명을 사용한 공포 영화가 지역 단체와 갈등을 겪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원주시의 반발에도 '치악산' 측은 이에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하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다"고 맞섰다. 이에 원주시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및 영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손해배상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지역단체도 반발했다.
'치악산' 측은 "영화 내용을 보면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닌 걸 알 수 있지만, 제목만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며 시사를 강행했다. 논란의 작품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치악산'은 원주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역부족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치악산'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끊이지 않는다. 시작부터 '치악산 괴담' '치악산 토막살인' 등의 대사가 반복해 등장하고, 극 초반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 "가지 마. 가면 다 죽는다"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흘려듣는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 대사에도 원주시와 갈등이 극에 치달은 상황, 관객들은 절로 눈치를 보게 된다.
영화 '곡성'(哭聲)은 비슷한 논란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해결 양상을 보였다. 영화는 곡소리를 뜻하는 한자 제목을 병기, 전남 곡성(谷城)과 다름을 분명히 하면서도 공포무고, 687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한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곡성군은 촬영지를 방문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치악산'은 '곡성'과 비교되기엔 전반적으로 아쉽다. 논란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수많은 산들 중에 왜 하필 치악산을 고집했는지 불분명하다. 공허하게 허구의 치악산 괴담만을 곱씹을 뿐이다.
고대 문명, 고도화된 다른 문명, 비행물체 등과 결합한 이야기 전개는 다소 엉뚱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전개가 이어지다 어색하게 느껴지는 대목 역시 초자연적인 소재가 등장하면서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던 공포감에 제동을 거는 역효과를 낸다.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배우 윤균상은 극한의 공포감과는 조금 거리가 먼 연기를 펼친다. 쌓아온 이미지를 뒤집기에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주연 배우 김예원의 재발견. 김예원은 '산가자' 멤버들을 치악산으로 안내한 장본인이자, 미지의 존재와 사람들의 중간에 있는 현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예원은 미지의 존재로부터 벗어날 수도, 완벽히 동화될 수도 없는 위치에서 '공포 영화 맞춤형' 눈빛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여전히 "원주시와 상생"을 외치는 영화 '치악산'이 바라는 대로 영화를 통해 원주시와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9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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