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해도 2년 손 놓더니"…병 키운 새마을금고
[편집자주] 새마을금고가 금융시장을 흔드는 '뇌관'이 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회장을 견제할 수단이 없었다. '셀프감사' 등 내부통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했다. '감독사각지대'에서 조용히 위기를 키웠다.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봤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회는 2021년 3월 '공동대출 사전 검토 제도'를 도입했다. 개별 새마을금고가 부동산PF의 일종인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공동대출 검토 제도는 개별 금고가 100억원 이상의 공동대출을 실행하는 경우 중앙회의 심사를 먼저 거치도록 한 제도다. 개별 금고가 대출 1건에 최대로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은 50억원에 불과해, 부동산PF 등 대규모로 나가야 할 대출이 있는 경우 개별 금고끼리 모여 공동대출을 실행한다.
중앙회의 제도 도입은 다소 늦었다. 앞서 2019년부터 금융위원회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잔액이 급증하자 규제 강화를 논의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에 새마을금고와 유사한 성격의 상호금융조합인 신협은 2020년 3월 100억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그러나 중앙회는 여신업무방법서 개정을 통해 다음해인 2021년 해당 제도를 만들었다.
제도 도입이 늦어지면서 2019년말부터 2021년초까지 약 1년 남짓한 기간 고위험 대출이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말 1694억원이었던 새마을금고의 부동산PF 총잔액은 2020년말 2조8795억원으로 증가했다. 모두 중앙회의 사전 검토 없이 개별 금고가 자체적으로 사업성 등을 평가하고 대출을 내줬다. 특히 자산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심사 여력이 부족한 금고는 대형 금고를 따라 부동산PF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도입 후 중앙회의 심사가 철저히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공동대출 검토 제도가 생긴 2021년에도 새마을금고의 부동산PF 잔액은 9조992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이후로도 증가세는 이어져, 2022년말 부동산PF 잔액은 15조5079억원까지 치솟았다. 중앙회는 제도를 신설한 뒤 해당 업무를 전담할 여신지원부를 만들었으나, 조직의 인원은 부서장을 포함해 6명에 그친다. 1291개 금고가 실행하는 부동산PF 검토를 6명이 담당한 것이다. 신협은 873개 조합의 공동대출 검토를 직원 5명이 한다.
중앙회는 뱅크런 위기가 발생한 후 공동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200억원 이상의 공동대출은 중앙회 자본을 함께 투입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는 연계대출 제도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연계대출 제도가 도입되면 중앙회가 대출 심사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연계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 중앙회 내 여신 심사·감독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커졌다. 가계대출이 중심이었던 새마을금고가 기업대출을 늘리는 전략을 펼친 건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등장과 함께 더 구체화됐다. 볼륨을 키우기 위한 시도가 도리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은 112조102억원으로 2019년초 19조8460억원과 비교해 6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0% 가까이 늘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30%대였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1%에 불과했다. 당시는 가계대출이 70%를 차지했다.
특히, 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증가는 건설·부동산 부문에서 두드려졌다. 지난 1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은 56조원 규모로 당시 기업대출 111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역 주민 혹은 상권 중심 조합에서 출발한 새마을금고가 기업대출을 갑자기 늘리면서 위험이 커졌다. 여신사업이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대비 건당 대출규모가 커 위험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은 10%에 육박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오피스텔, 다세대, 연립 등 소규모 건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높은 수익률을 보고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대출에 집중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가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는 경영전략 변화는 2018년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이끌어 온 박차훈 회장의 행보와 그 궤를 같이한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호황기였을 때에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반대의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이 불거지면서 지난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까지 나타났다.
부실이 발생해도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겠지만 새마을금고는 내부 시스템이 부족했다.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감사위원은 절반 이상이 내부 출신이고, 전체 금고를 관리·감독하는 금고감독위원회는 정원 대비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자정이나 치열한 토론 부재는 새마을금고 전체 경영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뱅크런 조짐도 스스로 잠재우지 못하고 외부 조력을 얻었다.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선 뒤에야 뱅크런 조짐은 잠잠해졌다.
또 다른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박 이사장을 비롯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일부 경영진들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가 된 것도 내부 통제 기능의 축소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며 "중앙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비롯해 내부 자정 기능도 재건해 대표 '서민금융'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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