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SSUE] 벤투가 쌓아온 4년, 클린스만 6개월 만에 사라졌다…'빌드업+중원' 삭제+무색무취 운영

신인섭 기자 2023. 9.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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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쌓아온 4년의 시간이 6개월 만에 사라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경기 1차전에서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규성, 손흥민이 투톱에 배치됐고, 이재성, 박용우, 황인범, 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4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호흡을 맞췄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웨일스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네이선 브로드해드, 해리 윌슨, 브래넌 존슨가 공격 라인에 배치됐고, 니코 윌리엄스,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 코너 로버츠가 중원에서 짝을 이뤘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이 수비로 나섰고, 골문은 대니 워드 골키퍼가 지켰다.

빌드업 체계가 엉망이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꾸준하게 후방 빌드업을 강조했다. 다양한 비판과 여론의 질책 속에서도 꿋꿋하게 골키퍼부터 센터백, 풀백까지 이어지는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결과로 증명했다. 벤투호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안정적이면서 유기적인 후방 빌드업을 보여주며 주도하는 경기력과 함께 16강 진출이라는 결과까지 챙겼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점차 후방 빌드업은 흐려져갔다. 이날 클린스만호의 빌드업은 단순 그자체였다. 김민재가 공을 잡으면 중앙의 황인범에게, 황인범은 좌우 측면으로 전개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원은 삭제됐고, 측면에서도 이렇다 할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건지 의심도 됐다. 이날 측면은 이재성과 홍현석이 배치됐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들이다. 중앙에 배치돼 좌우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해 기회를 만들고 동료를 지원하는 유형이다. 이들에게 돌파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고, 결국 이들은 공을 잡으면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시 리턴을 내주는게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스가 나오면 웨일스에 역습이 시작됐고, 모든 선수들은 올렸던 라인을 빠르게 내리며 체력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

공격 전술도 뚜렷한 색깔이 없었다. 지난 4경기 동안 꾸준하게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내세웠던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처럼 기용했다. 해당 위치는 상대의 압박이 가장 강한 지점이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웨일스 수비 2~3명이 곧바로 압박을 펼쳤다. 선수의 장점마저 지워버린 전술이었다. 또한 최전방에 배치된 조규성은 헤더가 장점인 선수지만, 이날 날카로운 크로스는 한두 차례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90분이었다.

벤투 축구에서 볼 수 있었던 '지향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90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그토록 강조했던 아시안컵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외유 논란'이 더욱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임 당시 "상주 관련해서 한국 감독이기에 여기에 머무는 게 당연하다. 축구를 통해서 여러 언어를 배우고 여러 나라에서 생활을 했다. 운이 좋게 또 한국에서 살게 됐다. 한국에서 살면서 문화를 배울 것이다"고 스스로 답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발언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부임 6개월이 지난 상황에 국내 상주 기간은 2달도 되지 않는다. 해당 기간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 경기를 직접 방문해 지켜본 경기는 20경기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보에 여론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 매체가 진행하는 다양한 인터뷰에 직접 나서 경기 분석은 물론 해리 케인, 리오넬 메시 등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명단 발표는 보도자료로 대체했다. 지금까지 A매치를 앞두고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이루어지지 않은 적은 없다. 의무는 아니지만,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명단 구성 이유와 플랜 등을 밝히는 자리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없기 때문에 기자회견이 진행되지 않았다. 보도자료로만 대체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은 계속해서 하한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클린스만호는 마이클 킴 코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파울루 벤투 감독의 유산마저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대단한 일들을 이뤄냈다. 선수들과 교감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선수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어떤 생각이 있는지 말해보겠다. 이전 스타일을 지속하는 것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다"라면서 과거의 유산을 물려받을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이를 증명한 것이 마이클 킴 코치의 존재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마이클 킴 코치와의 결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벤투 사단이 남긴 유산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어떠한 생각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알 길이 없다. 한국에 상주하지도 않고, 명단 발표 기자회견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월 코치진 개편에 대한 계획을 물을 방법과 자리는 없었다.

물론 경기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이 만든 지난 4년을 클린스만 감독은 단 6개월 만에 흔적을 지우고 있다. 다가올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경기 플랜과 색깔을 갖추고 나오길 바랄 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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