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전망, 8월 예산안 제출 이후 1회 이상 수정 필요”
올해 50조~60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오차가 예견된 가운데, 세수 전망 시기·빈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세수오차 진단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정책현안 연속토론회’에서 “세입전망(6~7월)과 예산안 통과(12월), 회계연도 개시(다음해 1월) 사이에 상당히 긴 시차가 있다”며 “연중 경제 전망이 연말 경제 전망과 다르면 오차는 이미 내정된 것”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회계연도 개시 후 경기 변동이 있으면 더 큰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회계연도 개시 이전 추계된 세입 전망이 이미 상당히 틀렸을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 말 예산안 제출 이후 국회 심의 때 1회 이상 세수 전망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세수 전망의 빈도 역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정처는 세입전망 업무와 조직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자주 언급되는 주장으로, 정부에서 벗어난 ‘세수추계 독립기구’ 구성과 비슷한 제언이다. 심 심의관은 “경기적 요인이나 모형 요인 외에도 정책적 의지나 정치적 영향력이 재정 전망에 개입될 경우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한 반박도 있었다. 류 교수는 “계속 세수전망을 책임질 수 있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곳(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의 세수오차는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세수추계가 아무리 정확해도 경제성장률 등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세수추계 오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세수 추계치를 목표치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단순 예측치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비나 여유 재원을 통해 세수 부족에 대응하는 여타 국가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캐나다 정부는 예비비를 만들어 세수 오차에 대응하고 있다. 예비비는 세수 부족 시 활용하고, 불용 시엔 부채 상황에 활용하는 돈”이라며 “캐나다 정부는 민간경제 전망 기관의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해 예비비를 편성한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1996년 100.8%에서 2006년 69.9%로 내려갔다”고 했다.
이어 “미국 주정부는 불황대비기금을 운용 중으로, 이는 경기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정립해 침체기에 활용하는 제도”라며 “1982년 12개 주를 시작으로 확대돼 현재 50개 주에서 법제화해 운용 중이다. 2020년 기준 50개 주의 세출 대비 불황대비기금 비중은 8%”라고 했다.
한편 세수결손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추가적 세수확보 노력 ▲기금 등 여유재원 활용 ▲지출감축 등이 언급됐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중단하고, 60%로 내린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상화해 80%로 되돌려야 한다”며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의 여유재원 활용 및 지방정부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여유재원을 중앙정부 세수 부족 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국고채 발행을 하지 않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와 공자기금으로 넘기고 이를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형태로 세수 결손에 대응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류 교수는 “국가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길을 돌아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실무자인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세수추계를 할 때 정부만 내밀한 정보를 갖고 몇몇 사람이 하는 것은 아니고, 민간 세수추계위를 구성해 최대한 정보를 민간과 공유하면서 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수를 더 정확하게 추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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