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승 레전드 출신 감독 찾아갈 만큼 절실했던 부활 …"절대 포기하지 마"

김민경 기자 2023. 9. 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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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준 ⓒ곽혜미 기자
▲ 김원형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너한테도 충분히 기회가 올 테니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잡고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최원준(29)은 지난달 26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김원형 SSG 감독을 찾아갔다. 그라운드에서는 SSG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최원준은 배팅 케이지 뒤에서 선수들의 타격을 지켜보면 김 감독의 옆으로 다가가 인사한 뒤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였다. 최원준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7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2019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9년은 김 감독이 두산 투수코치로 지내기 시작한 해기도 했다. 최원준이 2020년 시즌 도중 대체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어 생애 첫 10승 시즌을 보낼 때도 김 감독이 옆에 있었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 막 꽃피우는 시기를 온전히 지켜봤고, 또 꽃피울 수 있도록 옆에서 큰 힘이 된 지도자였다. 김 감독은 두산을 떠나 2021년부터 SSG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최원준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인 김 감독에게 종종 조언을 구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올해 최원준은 프로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0년 10승, 2021년 12승을 거두며 국내 에이스로 입지를 굳히다 지난해 8승에 머물면서 올해는 반드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22경기에서 3승9패, 94⅓이닝, 평균자책점 5.06에 그쳤다. 결국 지난달 중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불펜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불과 2년 전 국내 선발진을 이끌던 에이스라 평가받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김 감독은 본인의 선수 시절 경험을 꺼내 최원준의 힘든 마음을 달래줬다. 김 감독은 전주고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0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34승을 거뒀다. 10승 시즌은 4차례뿐이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프로로 뛰면서 차곡차곡 쌓은 승수기에 충분히 값지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김 감독은 최원준에게 당장 성적으로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최원준은 "감독님께서도 130승 넘게 하셨지만, 선발투수로 매년 10승을 챙긴 시즌이 없다고 하셨다. 지금은 어린애들이 (선발로) 나가지만, 너한테도 충분히 기회가 올 테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잡고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감독님과 같이 좋은 시즌을 보냈었고, 그래서 많이 도움을 청하고 의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인천 경기장에 갈 때도 감독님이 잠실에 오실 때도 항상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도 자주 드린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이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 최원준 ⓒ곽혜미 기자
▲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투구를 마친 최원준(오른쪽) ⓒ곽혜미 기자

덕분일까. 최원준은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9구 4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불펜으로 이동한 지 한 달여 만에 찾아온 대체선발 등판 기회였는데, 최원준은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직구 최고 구속 143㎞, 평균 구속 140㎞를 기록하며 평소보다 힘 있게 공을 뿌렸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잘 통했다. 6위 두산은 3-0으로 완승하며 5위 KIA의 10연승을 저지하고, 5강 희망을 이어 갈 발판을 마련했다. KIA와는 이제 3경기차가 됐다.

6회초를 앞두고 연습 투구 과정에서 오른손 중지 물집이 벗겨지지만 않았다면, 6이닝 이상 투구도 가능했다. 대체선발투수의 임무를 200% 수행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원준이 결과로 증명해야 계속해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못을 박아뒀는데,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최원준은 "상대팀이 분위기도 좋고 타격도 좋아서 일단 선취점을 안 주려고 생각했다. 우리 불펜이 좋아서 뒤에서 충분히 막아 주리라 생각했다. 5~6이닝 생각 안 하고 1이닝씩 생각하면서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 외에도 힘이 되는 조언을 해줬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와 LG 투수 임찬규가 특히 힘이 됐다.

최원준은 "시즌 시작하면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길래 흔들렸던 것 같다. (양)의지 형이 '전혀 문제없다, 네 공 좋다'고 자신감을 심어줘서 좋았던 것 같다. 의지 형에게 또 고마운 게, 형이 힘들 만도 한데 내가 나간다고 포수로 선발 출전하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의지 형이 많이 도와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마지막이라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최원준 ⓒ곽혜미 기자

이어 "의지 형도 야구를 지금까지 하면서 부침이 있었다고 하더라. 너한테만 있는 부침이 아니니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마운드에서 단순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던 말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LG 임찬규 형에게도 고맙다. 지난주에 LG랑 경기할 때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부활을 알린 건 맞지만, 웃기는 이르다. 최승용 박신지 등과 대체 선발투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계속 다음 선발 등판 일정을 확보할 수 있다.

최원준은 "더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 내가 안 좋아서 (불펜행을) 받아들였다. 팀에 민폐가 됐고, 그래서 조금 더 집중해서 던진 것 같다. 오늘(7일)도 마찬가지로 내가 못 던졌다면, 다른 투수에게 기회가 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늘 갖고 있다. 여기는 경쟁하는 곳이다. 내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계속해서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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