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 합판에 깔려 다리 절단…지입 화물차주 산재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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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 트럭 운전기사 A씨는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한 뒤 의뢰가 들어온 물품을 옮겨주는 '지입제' 화물차 기사로 일했다.
당일 오전 나무 합판을 화물차에 싣고 가자 업체 대표 B씨가 지게차를 끌고 나왔다.
법원도 B씨가 A씨에게 작업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화물운송 외 업무를 하다가 당한 사고가 아니어서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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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5t 트럭 운전기사 A씨는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한 뒤 의뢰가 들어온 물품을 옮겨주는 '지입제' 화물차 기사로 일했다.
지입제는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고, 영업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대신 운송사에 영업용 번호판 대여 비용인 지입료를 낸다.
보통 지입 전문 운송업체는 번호판 사용료로 2천만∼3천만원을, 위·수탁료로 월 20만∼30만원을 화물차 기사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 기사들이 2003년 화물차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떨어지자 총파업을 벌였고 정부가 '화물차 허가제'를 도입되면서 지입제도 성행했다.
2년 전인 2021년 9월 1일. A씨는 한 물류회사로부터 나무 합판을 경기 안산에 있는 업체로 운송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당일 오전 나무 합판을 화물차에 싣고 가자 업체 대표 B씨가 지게차를 끌고 나왔다.
악몽같은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B씨가 지게차로 화물차 짐칸에 실린 나무 합판을 내리던 찰나였다.
전체 무게가 1.5t에 달하는 나무 합판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지게차 옆에 서 있던 A씨를 덮쳤다.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고, 무릎 아래 부위를 절단하는 수술 후 6개월가량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사고 후 20여일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개월 뒤 A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고, 심사를 다시 해달라는 요구도 기각하자 A씨는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지게차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나무 합판 하차 작업을 할 당시) B씨 업체의 단시간 노동자였기 때문에 요양급여 신청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운전기사 사고와 관련한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화물 운송 외 업무인 상·하차나 상품 포장·분류 작업 등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이 경우 화물차 운전기사는 운송 외 업무를 지시한 사업자에게 임시로 고용된 노동자로 본다.
A씨는 "사고 전 B씨가 '앞쪽을 봐달라'고 하면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나무 합판 아래에 고임목을 끼워 달라'고 요청했다"며 "고임목을 끼우기 위해 트럭 옆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B씨의 작업지시를 받은 단시간 노동자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고임목을 끼워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도 B씨가 A씨에게 작업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화물운송 외 업무를 하다가 당한 사고가 아니어서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남승민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남 판사는 "B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형사 판결까지 받고 회사에서도 해고된 상황에서 A씨의 요양 승인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B씨의 주장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업체가 A씨에게 화물운송 외 업무를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근로복지공단이 그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행위는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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