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도 우는 딸 앞에선 쩔쩔맸다…뮤지컬 '제시의 일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광주리에 담긴 갓난아기를 유심히 쳐다보던 젊은 부부가 아이의 입안을 보고 깜짝 놀란다.
지난 달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서 개막한 뮤지컬 '제시의 일기'는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시의 일기'는 부부가 1938년부터 1946년까지 실제로 남긴 기록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아기는 원래 태어날 때 이빨이 없나? 김구 선생님께 여쭤볼까요?"
광주리에 담긴 갓난아기를 유심히 쳐다보던 젊은 부부가 아이의 입안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육아가 서툰 두 사람은 아이가 칭얼대는 이유를 몰라 쩔쩔매기도 한다.
처음 경험하는 육아가 어렵고 두려운 것은 옆에서 떨어지는 포탄도 개의치 않는 '강심장' 독립운동가 부부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달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서 개막한 뮤지컬 '제시의 일기'는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중국에서 딸 제시를 낳아 기르는 8년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제시의 일기'는 부부가 1938년부터 1946년까지 실제로 남긴 기록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앞서 양우조의 외손녀가 두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모아 1999년 동명의 책으로 발간했고, 2019년에는 오디오북이 나오기도 했다.
'제시의 일기' 극본을 쓴 김하진 작가는 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독립운동가가 가진 강한 이미지가 있지만, 초점을 살짝 달리해 '제시의 일기'가 서툰 부모의 육아일기라는 점에 집중했다"며 "실제 육아의 기록이 담겼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분위기가 드러나도록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딸의 성장을 벅찬 모습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두 사람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사람이 되라는 바람을 담아 딸의 이름을 제시로 정하는 과정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모로 거듭나는 여정을 노래로 표현한다.
양우조(극중 이름 우조)를 연기한 배우 고상호는 "딸아이를 둔 아버지라 병원에서 딸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의 대본을 읽고 3번 정도 울었다"며 "작품에서 손가락, 발가락은 잘 있나 헤아리는 장면도 실제 경험과 겹쳐 뭉클했다"고 말했다.
가정적인 아버지를 연기한 고상호는 적절한 애드리브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소소한 웃음을 살렸다. 딸에게 몰래 사탕을 건네다 아내에게 걸려 혼이 나는 장면은 실제 상황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줬다.
양우조와 최선화(극중 이름 선화)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는 점도 충실히 다뤘다. 임시정부 활동을 위해 딸과 떨어진 우조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넘버에서는 독립을 향한 결기와 가족을 향한 애틋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특히 일기의 내용을 토대로 연출한 해방의 순간은 울림을 남긴다. 라디오를 통해 일제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부는 기쁘지 않냐는 제시의 물음에도 입을 다문 채 멍한 반응만을 보인다.
조민영 연출은 "기쁜 마음이 먼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원작을 봤는데 실제로는 혼재된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우리의 힘이 아닌 외세의 도움으로 해방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복잡한 마음을 느꼈다고 적혀있었다.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온 사람이 해방 소식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제시 역의 임강희는 어른이 되어 부모님의 일기를 관객에게 읽어주는 서술자와 일기 속에 등장하는 어린 제시를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임강희는 "어른 제시를 연기하며 엄마와 아빠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른 제시와 아이 제시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연기했다"고 했다.
뮤지컬 '제시의 일기'는 내달 29일까지 이어진다.
cj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 자작극이었다(종합)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