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매긴 의회 의정활동 점수는 몇점?
출석·발의건수 등 9개 기준 마련
인공지능(AI)으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해 성적을 매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 시민단체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인공지능으로 평가한 결과를 공개해 관심을 끈다.
경남 거창군의 시민단체 ‘함께하는 거창’은 7일 “올해 상반기 거창군의회가 개최한 모든 회의의 회의록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거창군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많은 시민단체가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해 평가한 것은 ‘함께하는 거창’이 처음이다.
이 단체의 이종성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지방의원 의정활동 평가는 각 단체가 만든 기준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하거나, 전문가 또는 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객관성과 거리가 먼 인기 투표가 될 수 있고 질적 평가도 어려운 한계가 뚜렷했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친분·느낌·인지도나 평가자의 정치적 성향이 개입하는 것을 피할 수 있어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정활동 평가를 위해 ‘함께하는 거창’은 △출석 횟수 △조례 대표발의 건수 △5분 발언 건수 △질의 건수 △발언 총량으로 구성된 양적 평가 5개 항목과 △가치발언 문장 수 △가치발언 비율 △대군수 지적 문장 수 △대군수 지적 비율 등 질적 평가 4개 항목을 더해 모두 9개의 평가 항목을 만들었다. ‘가치발언’은 거창 발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질의라고 볼 수 있는 발언이고, ‘대군수 지적’은 군수가 제출한 안건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거나 재검토를 요청하는 발언이라고 한다. 질적 평가 문항은 지속가능성·자원관리·기후위기·환경보호·환경영향평가·탄소중립·폐수·메타버스·빅데이터 등 단어 1천개와 이런 단어를 사용한 문장 패턴 100개를 인공지능에 입력해서 분석했다.
거창군의회는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등 11명으로 이뤄져 있다. ‘함께하는 거창’은 9개 항목별로 1~11등 순위를 매기고, 이를 종합해서 전체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거창군의원 11명의 올해 상반기 의정활동을 평가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인공지능으로 평가를 시도한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희철 인제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는 전통적 방식이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인공지능으로 인사평가를 해서 예전보다 불만을 줄인 사례도 있다. 다만 인공지능으로 평가한 결과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면, 단지 결과를 내놓는 단계를 넘어 그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김도엽 경남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누군가의 실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감정·생체신호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실제 현실에 적용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거창’도 이번 평가에 개선할 점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종성 사무국장은 “지금까지는 아무리 꼼꼼히 평가하더라도 회의록 내용을 빠짐없이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그게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회의록에 나타나지 않는 내용, 회의장 밖 활동까지는 분석할 수 없는 약점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평가에서 종합 1위는 조례 대표발의 건수, 질의 건수, 발언 총량, 가치발언 문장 수, 대군수 지적 문장 수 등 5개 항목에서 1등을 한 민주당 소속 김홍섭 군의원이 차지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결과를 두고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지역 정서나 소속 정당을 배제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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