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고령사회와 세종의 미래
세종시 올들어 39만1400명대서 정체
의사당·2집무실 외 '실효적 고민' 要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일본은 원래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 아닌가."
가까운 미래의 일본. 이런 끔찍한 주장을 하며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고령화가 불러온 사회 혼란 속에서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죽음을 국가에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주는 '플랜(PLAN)75'라는 제도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본 사회는 차츰 이를 받아들인다.
주인공 가쿠타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가는 78세의 여성. 호텔 청소를 하며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는 그의 삶에도 '플랜75'가 조금씩 침투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플랜75'는 이런 섬뜩한 상상을 그린 영화다. 당시 열린 칸 영화제에서 "영상은 고요한데, 등줄기가 오싹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한 나라다. 65세 인구 비중이 28.9%(2022년 3월 기준)다. 그중에서도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데, 감독은 이 단어가 주는 불편한 느낌에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일본은 2025년 격상된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소위 '초초고령 사회'다. 인구 5명 중 1명이 75세 '후기 고령자'다. 일본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수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저출산을 비롯해 경제활동 인구 감소, 성장 잠재력 둔화, 고령층 부양 부담 증가, 지역 소멸, 연금 고갈 등.
우리나라도 사정은 심각하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이었다. 분기별 역대 최저 기록이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을 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750년 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낮다. 2020년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았다. '데드 크로스' 첫 해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세종시(약 35만명) 인구만큼 줄었다.
인구가 급증세였던 세종시도 최근 그 증가 속도가 꺾이는 모습이다. 세종시는 당초 도시 완성 단계인 2030년 인구 80만명을 목표로 했으나 인구 유입 증가세가 꺾이면서 5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저도 최근 인구 유입이 사실상 멈추면서 50만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구 100명당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비율을 말하는 세종시의 순 이동률은 2021년 12월 7.4%로 정점을 찍어 2위였던 경기도 0.8%와 비교해도 엄청난 인구 성장세였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5월에는 3년만에 최저인 0.3%를 기록했다. 올해 4-5월 무렵 잠깐 39만1500명을 넘었다가 현재 39만1400명대(9월 5일 현재)에서 정체다.
특히 전동면과 연동면 두 곳은 2021년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대전세종연구원은 분석했다. 세종 전체적으론 인구 소멸의 심각성이 크지 않다지만, 국내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예외는 아니다.
김근태 고려대 교수(공공사회학부)는 "동지역과 조치원읍·면지역간 출산율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고, 이런 지역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전체적인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또 "시간이 지나면 신도시가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의 장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고,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높은 출산율로 인한 프리미엄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중앙이든 지방이든 그 체감의 심각성은 낮아 보인다. 영화 '플랜75'의 감독도 결국 일본 사회가 노인을 보는 시선도 다를 바 없지 않냐는 메시지를 줬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배제와 불관용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과연 누가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영화 속 얘기처럼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노인은 살 가치가 없으니 죽어달라'는 불온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국가나 지자체의 진지한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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