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맨발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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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숲길이 가장 좋은 두루봉으로 향한다.
숲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는 나무 밑에 운동화를 벗어놓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엊그제 내린 비 덕분인지 아직껏 촉촉한 맨 흙이 주는 촉감 또한,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오묘한 기쁨을 준다.
내 몸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이제껏 봉사만 한 나의 발에게 모처럼 귀한 시간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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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숲길이 가장 좋은 두루봉으로 향한다. 이제 겨우 보름째.
숲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는 나무 밑에 운동화를 벗어놓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두어 발자국을 떼자마자 굵고 가는 하얀 돌가루가 무시로 밟혀 화들짝 놀란다. 눈앞의 1-2미터를 바라보며 보폭을 짧게 해서 걸어야 효과가 있다는데, 도무지 통증 때문에 멀리는커녕 코앞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다행히도 그곳을 지나니 볏짚으로 짠 매트가 흡사 카펫처럼 깔려있다. 언덕길이지만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라도 되는 양, 모처럼 어깨를 펴고 우아하게 걸어본다. 이번엔 다양한 나무의 뿌리가 발가락은 물론 아치를 사정없이 자극한다. 솔잎과 낙엽송이 함께 사이좋게 누워있는 좁은 오솔길을 지날 때는, 그 감촉이 어찌도 그리 보드라운지 자연과 내가 모처럼 하나가 된 듯 마음까지 포근하다.
엊그제 내린 비 덕분인지 아직껏 촉촉한 맨 흙이 주는 촉감 또한,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오묘한 기쁨을 준다. 메마른 흙이 주는 감촉은 또 어떤가. 까칠한 애인을 둔 남자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풍화작용 때문인지 이 숲속에서 부드러운 모래를 만나게 되는 구간도 있다.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거나, 구름 위에라도 떠 있는 것 같은 황홀한 이 기분은 또 뭐람? 아름다운 새소리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그야말로 덤이다.
내 몸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이제껏 봉사만 한 나의 발에게 모처럼 귀한 시간을 내준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의 지압 점과 연결된 장기들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돼 천연의 혈액순환 촉진제 역할을 하니까 면역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발가락 앞부분은 특히 인체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이니 만큼 어린아이에게는 두뇌 발달과 심신 안정에 좋으며, 나이 든 어른들에게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도. 발바닥 자극이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 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예부터 전해져 왔으니 만큼 대체로 맞는 말 같다.
맨발로 걷는 이 시간이, 지금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김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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